지난해 10월 창립 40주년을 맞이했던 신문협회가 6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신임 협회장으로 선출했다. 홍 신임회장은 현재 세계신문협회(WAN)의 회장이기도 하다.홍회장은 취임 인사말을 통해 신문업계의 화합과 공동권익 신장을 최우선으로 삼겠으며 회원사간 경영 불균형 해소, 지방화시대 지방언론 육성, 방송·인터넷 등 타매체와의 경쟁, 신문의 미래 독자 확보 등 신문업계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모두가 신문업계의 굵직한 현안이다. 그렇지만 어제 오늘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며 지난 수십 년간 해결방안을 찾아 고민해온 해묵은 과제이기도 하다. 과연 신문협회장의 임기 중에 모두 이뤄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조적이면서 장기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런 과제들을 내세우기에 앞서 먼저 필요한 일은 최근 다사다난한 상황에 처해 있는 언론계의 중심단체인 신문협회를 제자리에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962년에 발족한 신문협회 40년 역사의 대부분은 담합에 의한 신문 카르텔, 군사정권의 언론통제 때문에 사실상 무기력했던 시절이었다. 80년대 말 언론 자유를 회복했을 때 신문협회는 자기 위상과 역할을 강화했어야 했으나 오히려 신문시장의 무한경쟁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지금 신문협회는 회원사를 규제할 힘도, 의지도 없다. 신문고시의 경우만 해도 사실 자율규제를 주장해온 신문협회에겐 그런 능력조차 없다. 올해 초 신문공정경쟁위는 불공정판매행위로 수 차례 시정요구와 공개사과명령을 받은 동아일보의 회원자격 정지를 요청했지만 신문협회는 징계에 눈감아버렸다. 신문협회의 무기력함과 무용성을 잘 드러낸 사건이었다.
신문협회가 언론사에 대한 제어력이 없으니 일부 신문사를 중심으로 자사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신문시장질서 혼란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협회는 국민 대다수가 요구하는 언론개혁 과제를 주도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언론에 대한 독자의 신뢰가 추락하기까지 신문협회의 책임도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오죽하면 시민단체가 직접 나서서 언론개혁운동을 펼치고 있겠는가?
지금 신문협회가 온갖 당면 과제의 해결에 나서겠다면 그것들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먼저 접근해야 한다. 신문사 사이의 경영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언론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지금 신문시장의 독과점 구조부터 해소해야 하며 또 신문시장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신문사들의 자성과 선도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재정 능력이 있는 대신문사들은 신문협회의 정상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정기적으로 일정한 기금을 출연해서라도 신문협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들은 신문업계의 선도적 위치에 있는 대신문사가 갖춰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신문협회가 잘 되고 제자리를 잡아야 한국 언론이 산다. 신문협회의 위상과 역할이 정상화하지 않는 한 언론계의 자율개혁이나 육성방안은 실효를 거둘 수 없고 공허한 주장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제 신문협회가 세계신문협회장을 겸임한 홍 회장을 맞이하여 전체 신문계의 공동 발전을 위한 길을 진정으로 모색하고자 한다면 더 이상 대신문사의 눈치를 보지만 말고 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dwjoo@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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