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인성교육의 장이었던 도산서원을 다시 삶과 학문이 살아 숨쉬는 교육기관으로 복원해 내고 싶습니다."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유교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치억(28)씨는 조선시대 도산서원을 창설한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 선생의 17대 종손이다. 새 학기를 맞은 11일 조선시대 성리학 교본인 '성리논변(性理論辯)'에 열중해 있는 이씨는 "형식적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유교는 합리적 본질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경북 안동의 종택에서 자란 이씨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엄격한 규율과 종손으로서의 책무 때문에 또래 아이들과 장난칠 겨를도 없이 항상 타인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 속에 살았다. 고교시절에는 시와 소설에 빠져 지냈고 일본에서 보낸 대학시절에는 영화에서 인생의 해답을 찾고자 방황했지만 결국 유교 철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학문이자 삶의 방식으로서의 유학에 빠져 들었다.
이씨는 "자연스레 종손으로서의 삶으로 돌아온 셈이지만 종손으로서의 의무와 자아와의 갈등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며 "그것이 종손으로 태어난 사람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15대 종손인 할아버지, 16대 종손인 아버지와 함께 기제사와 명절 차례 등 1년에 22차례 제사를 지내는 이씨는 공부를 마치면 도산서원 복원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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