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개막된 중국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회의 종반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전인대는 10년 주기의 세대교체기에 맞춰 열려 대내외의 관심이 권력구조 변화와 주요 인사 교체에 쏠리고 있다.중국의 노선은 좌와 우, 보수와 개혁의 양측을, 온건과 급진의 속도로 왕래하였고 혁명(紅)과 발전(專) 이념이 그때그때 우선 순위에 따라 자리바꿈 했다.
이번에 등장할 중국 4세대 지도자들의 성향이 개혁과 개방으로 상징되는 실용주의(專) 세력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전문가는 없다.
4세대 지도부의 등장으로 그나마 잔존하던 정치제일(紅)의 광풍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인대의 의미는 이렇게 심장한 것이 사실이지만 7년째 현장에서 전인대를 지켜본 기자에게 상전벽해와도 같은 중국 전인대의 풍속 변화가 보다 실감나게 다가온다.
전인대 기간이면 베이징 창안(長安)대로와 톈안먼(天安門) 광장 등을 뒤덮었던 붉은 기(紅旗)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전인대가 열리는 인민대회당 출입절차가 간소화하고 부드러워졌다.
전인대 참석 대표들의 모습도 완전히 변했다. 이들이 과거 이용했던 고급 벤츠, BMW는 완전 100% 중국산 차량으로 교체되었고, 부패와 연고주의를 부추겼던 선물 돌리기 문안인사 향응제공 등의 관행도 많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초특급으로 진행되는 세대교체로 전인대 대표, 정협 위원이 젊어지고 거대 기업 경영자들이 대거 등장한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60세가 넘으면 부부장(차관)을, 50세가 넘으면 국장을, 40세가 넘으면 중앙 부처 과장에 오를 수 없는 것이 오늘의 중국 현실이다.
이 같은 세대교체 바람 때문에 현 전인대 대표 2,984명중 92.5%인 2,760명이 대졸 학력의 지식인들이다.
매번 전인대를 취재하면서 느끼는 점은 이들의 정치 행태가 보기에는 번거롭고 속도가 늦어 비효율적으로 비쳐도 참여를 통해 거대한 대륙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데에는 어느 정도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서구적 관점에서 보면 자유민주 정신에 일탈하는 측면도 있지만 깜짝쇼를 하지 않고 예측 가능한 정치를 실현하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특히 내부로는 권력투쟁을 벌이지만 외부로는 항상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17일까지 선출될 국가주석 등 4세대 지도자들이 현재의 중국 정치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지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송대수 베이징 특파원 /ds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