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읽기'의 알파와 오메가는 변곡점(Turning point)을 잡아내는 것이다.변곡점이란 시장이 상승 또는 하락세로 접어드는 시점을 말한다. 전문가들이 매입·매각 타이밍을 결정하거나 시장 전망을 예측할 때의 가장 핵심적인 논거도 바로 변곡점의 움직임이다. 변곡점을 감지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시장의 반전을 알리는 시그널(신호)은 있기 마련이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전세가·가수요의 추이, 모델하우스와 대형 재료의 동향 등이 변곡점 감별의 시그널들이다.
전세가는 매매가의 선행지표
전세가의 움직임은 앞으로 펼쳐질 매매가의 동향을 암시해준다.
전세 매물이 들어가고 값이 오르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진다. 이때 전세 수요자 중에 매입 여력이 있는 이들이 전세에서 매매로 하나둘씩 눈을 돌린다.
비싼 전셋집을 빌리느니 아예 사겠다는 심리가 움트는 것이다. 시차를 두고 매매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전세가 하락기에도 이 같은 시스템은 작동한다. 스피드뱅크의 시황 데이터를 보면 서울의 전세가는 지난해 9월 28일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19주 동안 장기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매가는 전세가가 내림세로 반전한 3주 뒤인 10월19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수요를 주목하라
시장이 변곡점에 다다르면 가수요가 먼저 요동한다. 이는 상승, 하락기의 공통된 현상이다.
가수요를 이끄는 층은 주로 부동산시장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전문 투자자나 투기꾼들이다. 이들은 상승기에 누구보다 먼저 시장에 뛰어들고, 내릴 때에도 가장 빨리 처분하고 빠진다.
때문에 가수요가 몰리는 상품인 재건축 아파트와 분양권에 시선을 고정시켜 둬야 한다. 이들 상품은 미래의 기대가치가 시세에 미리 반영된다. 지난해 9월 이후 서울 매매가 하락도 재건축 아파트와 분양권이 앞서 주도했다. 최근 한달간 서울지역의 매매가 반등도 재건축단지의 오름세에 뒤따른 것이다.
모델하우스는 변화의 전령
변곡점은 모델하우스에서도 발견된다.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의 열기와 냉기가 바로 시장의 체감경기이다. 모델하우스에서 눈 여겨 봐야할 포인트는 방문객 수와 분양가구 수의 증감, 청약률 대비 계약률 등 크게 세가지. 방문객 수가 많다면 수요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의미이고, 분양단지와 가구 수의 많고 적음은 소비자들의 투자의욕을 오르내리게 한다.
보통 수십대 일에 달하는 청약률에 현혹되지 말고 가수요가 빠진 실제 계약률을 체크해 실수요의 동향을 감지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된다.
큰 재료는 변화를 앞당긴다
'재료'는 호재든 악재든 변곡점의 도래 시한을 단축시킨다. 외환위기는 부동산값의 폭락과 주택공급 부족사태를 이끌었고, 사상 초유의 저금리와 서울·경기지역의 무더기 재건축 추진은 지난해 부동산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현재 시장 외부의 재료는 북핵(北核) 긴장과 이라크 전운, 유가 급등, 세계경제 불안, 가계 빚 급증 등으로 모두 악재다. 반면 시장 내부의 재료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추가 사업승인과 저금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 추세 등이다. 외부의 악재를 내부의 호재가 받쳐줌에 따라 집값이 소폭 반등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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