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를 냈는데, 왜 극장에서 또 광고를 봐야 할까. 극장에서 상영되는 스크린 광고가 처음으로 법의 도마에 올랐다.최근 미국 시카고의 한 교사는 영화 상영 전의 광고 상영이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었다며 로이스(Lowes) 시네플렉스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 소송인 1명에 75달러씩 손해배상을 하라고 요구했다. 변호사 더글러스 리토위츠는 "만일 원하지 않는 상업광고를 봐야 한다면 관객은 그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극장 관계자들는 영화 상영 전 극장 광고가 채 3분도 되지 않는다며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영화 상영 전의 광고는 사실 극장의 짭짤한 소득원이 되고 있다. 미국 800여 극장의 광고대행을 맡은 미국 극장 네트워크 (National Cinema Network)는 극장 광고가 2001년 48%, 지난해 20%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올해도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스크린 광고가 늘면서 아예 이를 위한 '작품'까지 등장했다. 극장 광고가 대부분 15초∼1분 30초인데 미 제과사인 M& M이 제작한 'M& M 군대에 가다'는 제목의 단편 영화식 광고는 4분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극장 관객은 늘고 있으나 경쟁적 설비 투자 때문에 채산성은 열악한 상황이어서 스크린 광고는 매우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국내 극장의 광고는 미국보다 훨씬 많은 5∼10분에 이른다. 이런 광고를 규제하는 법령은 없으며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광고를 극장 자율로 상영한다. TV용 CF가 15∼20초인 것과 달리 극장 광고는 대부분 30초 정도 되고 1분이 넘는 것도 있다. 10·20대를 표적으로 음료수나 통신 관련 광고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광고 수입이 짭짤한 수익원이 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특히 CGV등 멀티플렉스의 경우 광고가 10분에 달하는 스크린도 많아 관객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회사원 김모씨(41)씨는 "멀티플렉스에서 외부 음식 반입을 철저히 규제하며 지루한 광고를 방영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그러나 극장측은 광고 수입 규모에 대해서는 철저히 '영업 비밀'로 하고 있다. CGV 김홍성 이사는 "영업 비밀이어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의 이혜숙 기획실장은 "이미 요금을 지불한 관객이 또 다시 광고에 노출되는 것은 문제"라며 "광고에 대한 총량 규제를 제안하고 어린이 유해성 여부를 논의에 부칠 것"이라고 밝혀 조만간 스크린 광고는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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