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민간 발전소가 설립되는 등 '풀뿌리'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에 본격 시동이 걸렸으나 정부 정책의 미비로 난항을 겪고 있다.에너지대안센터는 올해 서울시내에 소형 시민태양광발전소 10곳을 설립키로 하고, 이달 말 완공을 목표로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1호 발전소를 건설중이다.
에너지대안센터가 시민출자를 통해 설립중인 시민태양광발전소는 3㎾급의 소형 발전소. 10평 내외의 면적에 4인 가정이 쓸 수 있는 소규모 전력을 생산하지만 엄연히 상업적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것. 자급자족형 형태의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은 있었으나 민간 단체가 전력 판매를 목적으로 발전소를 설립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민간단체 등이 생산한 전력은 복잡한 허가절차와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판매망 확보가 어려워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정부, 민간 발전소 전력 구입
민간단체가 발전소 설립에 나서게 된 것은 산업자원부가 지난 해 초 '대체에너지개발 및 이용 보급촉진법'을 개정, 정부가 전력을 직접 구매키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경제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위해 5년간 우선구매를 통해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의 생산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한 것. 정부는 ㎾/h당 평균 전력거래가격이 48.80원이지만, 태양광은 ㎾/h당 716.40원, 풍력은 107,66원, 소수력은 73.69원 등으로 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유니슨산업이 지난해 11월 강원도와 독일업체 등과 함께 강원 대관령에 2,000㎾급의 풍력발전기 49기를 설치하는 강원풍력단지 조성사업에 착공하는 등 대기업체들의 참여가 잇따르는 가운데 민간단체의 참여도 본격화하고 있는 것. 에너지대안센터측은 "비록 소규모 전력이지만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의 풀뿌리식 자발적 참여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의 풀뿌리 참여가 중요한 것은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가 핵이나 화력 발전소와 달리 대규모 전력 생산에는 한계가 있어 '중앙집권식 전력 생산'이 아닌 '소규모의 분산적 전력생산' 체제가 필수적이기 때문. 독일, 스웨덴 등 '탈핵'을 선언한 유럽국가의 경우, 일반가정주택의 소형태양광 전지판에서 나오는 전력을 정부가 매입하는 등 풀뿌리 생산 체제가 보편화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0만 지붕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행해 태양광설비 시설을 국가가 지원하는 한편 ㎾당 25센트로 판매하는 전기를 50센트에 매입하고 있다.
제도 미비로 난항
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의 풀뿌리 참여가 제도 미비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판매를 위해서는 복잡한 허가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다 전력판매의 기술적 조건마저 일반 시민들이 충족시키도록 해 사실상 풀뿌리 참여의 가능성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측은 민간업체가 전기를 전력 수송에 필요한 2만2,000볼트로 승압시켜 전력거래소까지 보내야 구입하겠다는 입장. 에너지대안센터의 염광희 간사는 "3㎾급의 태양광 발전의 경우 1년에 200∼300만원어치 정도 판매할 수 있는데, 고가의 승압기를 설치하고 전력거래소 회비로 1년에 120만원을 내게 되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며 "풀뿌리 전력생산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자부 관계자는 "대체에너지 지원은 대형 에너지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며 "소규모 생산은 향후 검토할 문제로 당분간은 가정이나 업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현 정책방향으로는 제주도나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 대규모 상업 풍력단지 1∼2개를 조성하는 정도에 그칠 뿐 선진국처럼 집집마다 태양광발전이나 소형풍력발전을 보급시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는 "재생가능에너지는 기본적으로 소규모 분산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정책은 핵이나 화석연료처럼 대규모 중앙집권적 전력생산 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며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의지가 있다면 일반가정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재생 에너지 현황
우리나라의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은 2002년 현재 전체에너지의 1.4%에 불과하다. 그나마 선진국에서 재생가능에너지에 포함시키지 않는 소각열(쓰레기를 태워 발생한 열을 지역난방이나 공업용으로 쓰는 것)을 빼면 0.1% 수준이다. 세계 11위의 에너지 과소비국에다 석유수입 4위국인 에너지 종속국가이면서도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 부재로 전무하다시피 했던 것.
이와 달리 재생에너지분야의 선두주자격인 유럽은 1970년대의 오일쇼크와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재생가능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는 상태. 특히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핀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 '환경블록'에 속하는 6개국은 '탈핵 선언'에 동참하며 재생가능에너지를 2002년 현재 전체 에너지의 1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현 추세대로라면 2030년까지 50% 이상에 이를 전망이며 스웨덴의 룬드, 세프레 등 아예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 도시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해부터 재생가능에너지를 정부가 구입키로 하는 등 본격적인 보급에 나서면서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기는 하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경기 안산시 시화호 인근에 2008년 완공을 목표로 25만2,000㎾의 세계최대 규모 조력발전소를 건립키로 했고, 대관령, 제주도 등에서도 대기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풍력발전단지 건설도 추진 중에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풍부한 일사량, 섬과 해안의 강한 바람, 조수간만의 큰 차 등으로 태양력과 풍력, 조력의 잠재력이 유럽보다 더 크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에너지 시스템 전환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햇빛담은 가로등
전북 군산 시내에 위치한 월명공원.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이곳의 밤을 밝히는 가로등 50여개는 다름아닌 햇빛을 이용한 태양광 가로등이다. 낮에 태양빛을 전기에너지로 축전지에 저장했다가 야간에 불을 밝히는 방식이다.
하루 3시간 정도의 일사량만 있으면 10시간 전력 사용이 가능하고, 흐린 날이나 비오는 날에도 3일간 점등할 수 있어 전력 사용에 애로점이 없다. 특히 공기정화기능이나 해충박멸효과가 있고 가로등 주변의 나무 생장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인데다 따로 지하 및 지상의 배선공사가 필요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1기 가격이 설치비를 포함해 350만원으로 일반 가로등에 비해 2배 가량 비싼 편이지만 농어촌이나 등산로, 약수터, 생태공원 등 배선설치에 어려움이 있거나 환경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곳에선 효율성이 더 뛰어나 인기를 모으고 있다.
틈새시장을 노린 '태양광 가로등' 개발, 재생가능에너지의 성공적 사례를 보인 업체가 (주)신우테크. 1999년부터 태양광 가로등 판매에 나서 지금까지 120여곳에 700기를 설치하는 실적을 올렸다. 직원 10여명 내외의 작은 중소벤처기업이지만 태양광 가로등을 비롯, 주택용 태양광 발전시스템 등 태양광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도 출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송기석(49)대표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사용하는 제품은 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걷어내는 게 급선무"라며 "재생가능에너지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