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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청와대의 잣대는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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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청와대의 잣대는 둘?

입력
200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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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에 대한 검찰수사가 한창일 때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검찰총장을 만나 "수사발표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또 민주당의 이상수 사무총장은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느 선까지 수사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둘중 하나는 외압이 아니며 오히려 장려할 만한 일이라고 한다. 어느 것일까?노무현 대통령은 김 부총리 등이 검찰총장을 만난 것은 외압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오히려 "경제 흐름을 책임지는 사람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검찰 책임자를 만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른 장관들도 조율할 일은 조율하라"고 격려했다. 반면 이상수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SK그룹으로부터 대선 후원금을 받은 이 총장이 검찰에 전화를 한 것은 청탁으로 보일 수 있어 부적절했다"고 질책했다.

후원금을 받은 사람이 전화하는 것이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면, 기업의 분식회계를 감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경제를 생각해달라"며 발표연기를 주문한 것은 과연 괜찮은 것인가.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이중국적과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법무부 장관은 안되고 정통부 장관은 괜찮다'고 했던 것을 보는 듯 하다. 청와대의 잣대가 두개가 아니고는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한발 더 나아가 일이 있을 때마다 검찰과 조율하라고 한 것은 옛날의 관계기관 대책회의와 어떻게 다른지 언뜻 구분이 되질 않는다. 그때의 관계기관대책회의도 '경제적 충격', '사회안정'등의 이유를 내걸어 사사건건 검찰수사에 간여했다. 인권을 무시했던, 그 시절의 왜곡된 검찰수사가 바로 '정부기관과의 조율'에서 비롯됐음을 한번쯤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고주희 정치부 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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