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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군복무 환경 개선은 국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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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군복무 환경 개선은 국가 책임

입력
200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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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젊은이로부터 군대의 실상을 들었다.그 젊은이는 먼저 10∼20년 된 노후차량으로 인한 군인들의 고충을 전했다. 농촌 산간지방에서 굉음에 검은 연기를 내뿜고 달리는 차량은 영락없이 군대 차량이란다. 하루종일 정비해야 고작 한 번 운행할 수 있는 차량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군대에서 낭떠러지에 안전벽을 쌓고 위험 표지판을 세워보지만 운전병 역시 미숙하니 얼마나 위험한가. 그 차에 우리의 귀한 아들이 타고 있는데….

20∼30년 된 막사는 보일러를 하루종일 돌려도 온도가 오르지 않고, 취미생활이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도 없다고 한다. 좁은 내무반에 30∼40명이 함께 기거하니 잠버릇 나쁜 동료라도 있으면 뜬눈으로 밤을 지샌다고 한다. 목욕탕은 낡고 비좁아 2주에 한 번 정도밖에 못쓰는 애물단지가 되었고, 30여명 당 화장실이 한 칸밖에 없어 용변을 참는 것이 다반사라고 하니 참으로 안쓰러운 일이다. 세탁기도 30여명이 같은 시간대에 몰려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고장이 잦아 대부분 찬물로 손빨래를 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 귀를 의심해야 했다.

산간 벽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은 휴식과 훈련 때문에 정기적으로 교대해야 하는데, 그 때마다 이전 경비가 모자라 애를 먹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폐품을 모아 팔거나 간부들이 분담하여 경비를 마련한다니….

그러니 부모로부터 매달 별도로 용돈을 받아 쓰는 것이 아닌가. 적어도 군대에 보냈으면 나라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정도도 나라가 해결하지 못하면, 왜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하나. 이런 군복무 환경에서는 꿈과 희망이 있을 수 없다.

지난 해 수해 때 자원봉사를 나가 수해 복구 장병들을 만났다. 그 때 나는 '군대가 없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박수만 보냈지 그들의 고충은 돌아보지 못했다. 흔히 '군대는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는 높은 사기도 강한 군대도 기대할 수 없다.

요즘 사병들은 생활 방식이나 가치관이 달라졌다. 군대라는 이유만으로 참고 이겨내라고 강요할 수 없다. 더욱이 군대 없이 국가의 생존은 기대할 수 없다. 이젠 우리의 국력이 신장되었고 삶의 질도 높아졌다. 이제 우리도 나만의 풍요와 행복에만 집착하지 말고 이 시간에도 우리의 삶과 자유를 지키고 있는 우리의 아들, 장병들에게도 나눠줘야 할 때다. 누구나 마음 놓고 아들을 군대에 보낼 수 있도록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기대한다.

이 화 숙 여성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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