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색면 추상의 대표적 작가인 류희영(63) 이화여대 교수의 개인전이 12∼23일 갤러리 현대(02―734―6111)에서 개인전을 연다.또 전통적 정신을 독자적 추상 화면에 풀어 온 오수환(57) 서울여대 교수가 표화랑(02―543―7337)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도 27일까지 계속된다.
두 전시회는 현대적 조형언어에 담긴 두 사람의 정신세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리다.
● 류희영 '정신의 창으로서의 색면'
류희영씨는 5년만의 개인전을 '정신의 창으로서의 색면'이라 이름지었다. 1973년 국전 대통령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지 41년 째다.
초기 서정적 추상 작업을 거쳐 80년대부터 색면 추상 작업을 해온 그는 전형적 모더니스트로 꼽힌다. 이번 전시회에는 우리 전통 단청에서 영향을 받은 강렬한 붉은색을 기조로, 산(山)에서 영감을 얻어 사선 무늬를 쓴 작품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단호하다 싶을 정도의 원색 화면에 동일한 무늬의 반복. 작가는 "군더더기를 지우고 알몸을 색채로 표출할 뿐"이라고 말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색을 이루기 위해 바탕만 6번 칠하고 마르는 데 각각 나흘이 걸린다. 200∼300호의 대작 제작을 위해 충북 옥천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서울을 오르내린다. 강하고 신선한 그의 색면은 서정 넘치는 명상적 추상의 세계다.
● 오수환 '적막'
오수환씨는 '적막'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의 그림은 일감으로는 어린 아이의 낙서 혹은 어설픈 상형문자 같다. 가로갽세로 각 1m 전후의 대형 화폭에 아무렇게나 놀린 듯한 붓자국보다는 빈 배경이 훨씬 넓다.
그러나 작품에 한동안 눈길을 주고 있으면 일렁거리는 붓자국 너머의 무언가가 다가온다. 붓자국으로 나타난 형상과 여백 간의 긴장일 수도, 시원한 붓질에서 느껴지는 자유 혹은 여백을 둔 데서 보이는 절제의 느낌일 수도 있다. 어딘가 모자란 듯한 화폭이 순박한 맛을 주기도 한다.
오씨는 캔버스 유화라는 서구적 형식에 이렇게 동양적 정신세계를 담아온 작가다. 작업 순간의 생동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물감 방울 흔적, 속도를 알 수 있는 선의 궤적이 시원스럽다. 친구인 시인 박제천씨의 표현을 빌자면 그의 그림을 보는 것은 "고추가 둥둥 떠 있는 동치미를 한 사발 비운 것처럼 정신이 시원해지는" 체험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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