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임박 분위기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이른바 '전쟁 관련 테마주'들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실제 '전쟁특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연초 이래 이라크전쟁 위기와 관련해 주목을 받아온 관련 종목은 24시간 뉴스 전문 케이블TV 채널인 YTN 외에 코스닥시장의 해룡실리콘과 테크메이트, 거래소의 영풍산업 등. 그러나 지난 3일 이래 파죽의 상승세를 기록하던 이들 기업의 주가는 11일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는 등 일부 증권사의 무책임한 '테마주' 추천의 허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해룡실리콘의 경우 이라크전쟁 위기감이 증시를 휘감았던 7일 이래 이틀 연속 4∼5%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날 11.8%가 단숨에 빠지면서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테크메이트 역시 11.93%가 빠져 하한가를 기록했고, 영풍산업은 하한가는 아니지만 10.94% 내렸다. 범 전쟁 관련주로 편입된 YTN 역시 전날 상한가에서 11.73%가 빠지며 하한가로 곤두박질 쳤다.
실리콘 고무 컴파운드(덩어리) 생산 및 가공업체인 해룡실리콘 관계자는 이날 "정작 우리는 이라크전쟁 관련 실적을 낸 적이 없고, 연관성도 최근 주가 급등락을 설명할 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굳이 전쟁과 관련해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이 회사가 생산하고 있는 방독면용 고무 안면마스크 정도가 전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회사 관계자는 "일부 방독면에 들어가는 손바닥만한 대기 차단용이 전부며, 관련 수출계약이나 상담이 추가로 진행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코스닥 기업인 테크메이트 역시 입장은 마찬가지. 이 회사 박만로 상무는 "테크메이트가 방산테마로 알려진 것은 과거에 생산품의 90% 이상이 군수지원체계(ILS) 관련 장비였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방산 품목보다는 민수용 자동차 내장 PC나 셋톱박스,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등의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물론 방산업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과 관련이 아주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라크전쟁 때문에 떼돈을 버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상장기업인 영풍산업 역시 광산업체로 출발했으나 최근에는 건설업으로 비중을 옮기고 있는 기업. 따라서 직접적으로 이라크전쟁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영풍산업 관계자는 "전쟁 관련 테마주로 얘기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며 "일부 증권사에서 무책임하게 거론한 것을 두고 답변해야 할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사실 테마주는 직접적인 실적 관련성보다는 심리적인 측면이 많은 분석틀"이라며 "구체적인 분석이나 사실 확인없이 장세에 휩쓸려 테마주 거래를 서두르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고 말했다.
테크메이트 박 상무는 "괜히 '전쟁주'로 알려져서 주가가 터무니없이 올라도 우리로선 부담스럽다"며 "테크메이트의 경우 최근 고급승용차 내장용 PC 수주 등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같은 실적개선 재료가 오히려 뜬 소문에 가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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