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진이라면, 아니 영태라면 나는 어느 아내를 택할까?"텔레비전에 몰입돼 자꾸 내 자신을 대입해 보게 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KBS 2TV 월화 드라마 '아내'다. 실종된 남편을 7년이나 기다려 온 아내와 그 기간 동안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은 사람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핀 또 다른 아내의 만남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의 설정은 언뜻 매우 통속적이다. 또 치졸한 삼각 관계가 펼쳐질 것 같다. 지금까지 보아 온 드라마에 익숙해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아내'는 다르다. 통속적이지도 치졸하지도 않다.
착한 두 아내는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너무나 이성적이고 착한 두 인물의 설정이 처음에는 낯설다. 그 동안 드라마의 인물은 한결같이 비이성적 인물이 많았고 선악의 대비가 극명했기 때문이다.
'아내'에는 선악의 대비가 없다. 선악의 대비가 없는 구조는 자칫 드라마를 밋밋하게 만들기 쉽다. 재미를 끌어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한마디로 드라마의 맛을 살리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아내'는 이런 우려를 말끔히 걷어낸다. 상식적이고 착한 인물만으로도 드라마를 맛깔 나게 이끌어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기에 그녀를 위해 배려를 하지만 스스로의 감정도 숨길 수 없어 번민하는 착한 두 아내의 상황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그래서 더욱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아프게 한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김희애의 농익은 연기가 드라마의 감칠맛을 더한다. 음악도 무시할 수 없다. 드라마의 상황과 인물의 심리 상태를 잘 표현해 주는 음악이 삽입돼 내용을 한결 윤기 있게 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작위적인 설정이 '옥에 티'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종된 남편을 7년이나 찾아 헤맸는데도 서울 근교에서 교통사고로 입원한 남편을 찾을 수 없었다는 설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 주 방송 분에서는 상진이 극적으로 기억을 되찾았다. 그 동안 상진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어눌한 말투에 건강도 좋지 않고, 혼자서는 낯선 곳에 가지 못할 정도의 인물로 그려졌다. 그런데 기억을 되찾자마자 이 모든 상황이 한꺼번에 달라졌다. 말소리도 똑똑하고 점잖아졌다. 건강도 괜찮고, 혼자 옛 직장인 대학에도 잘 찾아간다. 극적 반전을 위해 상식적이지 않은 무리한 내용이 그려진 것이다.
이성적이고 착한 인물들,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 내용에 알맞은 감성적 음악이 통속적이고 치졸할 수 있는 줄거리를 극복한 드라마가 비상식적 내용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안타깝다. 극단적이고 비이성적 내용이 판치는 TV 드라마에 상식적 내용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음을 '아내'가 보다 분명하게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맹숙영·방송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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