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이상수 총장의 전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이상수 총장의 전화

입력
2003.03.11 00:00
0 0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이 SK그룹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전화를 한 사실을 스스로 밝힌 것은 정치권의 수사외압에 대한 고백이나 다름없다. 이 사무총장은 수사담당 부서가 아니라 검찰총장에게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하면서 외압 의도는 아니라는 듯이 말하고 있으나 이런 것이 외압이 아니라면 무엇이 외압이라는 것인지 설명이 안 된다.SK수사의 외압시비는 엊그제 대통령과 검사와의 토론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일선 검사가 밝히는 바람에 표면화했지만 이런 종류의 외압은 정치권과 검찰 사회에선 항상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집권당의 사무총장이 검찰에 전화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런 타성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상대가 검찰총장이냐 담당 검사냐가 큰 차이를 말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이 사무총장의 말대로라면 검찰의 수사착수를 집권당 내부에서 매우 우려했으며, 검찰의 수사의도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대책을 세우려 했다는 것이 된다. 특히 그가 "당 간부들과도 논의했다"고 말한 대목은 새 정부의 검찰중립 의지에 대한 진의를 흔들리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토론에서 정치권의 전화가 있었다면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적어도 수사에 대한 견제이기에는 충분하다. 검찰의 중립과 개혁을 강조하면서 정치권의 이런 우려는 그렇게 자유롭게 전달해도 되는 것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사무총장의 전화는 민주당과 청와대가 원하지 않는 수사를 검찰이 '감행'했다는 집권층 내부의 인식을 반증하고 있다.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권이 수사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밝히려고 나설 때 검찰의 중립이 흔들리게 돼 있다. 이 총장의 '전화사건'에서 되새겨야 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