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원 석·박사과정이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의 2003년 석·박사과정 등록률이 저조해 각급 대학원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10일 서울대에 따르면 2003학년도 박사과정 전기모집에 합격한 751명 중 33명이 등록을 포기, 당초 선발 예정이었던 1,122명의 63.9% 밖에 채우지 못했다.
정원외를 포함한 각 단위별 충원율은 인문대 59.8%를 비롯, 사회대(64.7%), 자연대(53.7%), 공대(64.0%) 등 18개 모집단위 중 14개 모집단위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지원 당시에는 1대 1의 경쟁률을 넘겼던 사범대와 사회대도 결국 합격자가 이탈,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석사과정도 3,066명 모집에 106명이 등록을 취소해 등록인원이 2,960명에 그쳤다.
서울 시내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달 1차 등록을 마친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에도 대학원 등록률이 각각 58.1%와, 84.9%에 그쳤다.
지방대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대 박사과정에 합격해 놓고도 등록을 하지 않은 이탈자들은 대부분 취업 및 해외유학 등으로 진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종 공대 교무부학장은 "지난 1∼2월 중 의대에 진학하겠다고 자퇴한 학생들만 학부생을 포함해 100여명이 넘고 있어 의대 열풍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며 "민간 장학재단의 지원이 늘어나면서 우수 인력이 대부분 외국의 대학으로 빠져 나가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대 인문·사회계의 경우 지난 해 교육학과와 행정대학원에서 운영되던 BK21사업마저 교육부 심사에서 탈락, 대학원생에 대한 유일한 지원 통로도 완전히 끊겨 버린 상태. 김종서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생활비는 커녕 학비도 지원하지 못하는 열악한 연구 상황을 두고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제자들을 무작정 붙잡을 수 만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해 서울대 인문대는 단대 차원에서 2003년 석·박사과정 대학원 정원을 20% 감축했고 학교 차원에서도 전기모집 경쟁률이 0.85대 1로 2년 연속 미달사태가 발생하자 개교 이래 처음으로 박사과정 정원을 37명 감축한 바 있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대학원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해 각 단대별 실질 수요를 파악하고 장기적인 인원 감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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