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연일 주저앉으면서 투자자들의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 이라크 전쟁 위기와 북한 핵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위험)에다 내수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주가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폭락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유가 상승에 이어 연일 급등하는 환율(원화가치 하락)이 증시의 '새로운 복병'이라며, 종합주가지수가 500∼520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전쟁 리스크가 실물경기 악화로
최근의 주가 급락은 이라크 사태나 북한 핵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본격적으로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 위기문제 등이 단순히 불확실성 차원을 넘어 유가 상승과 교역조건 악화, 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번지면서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까지 흔드는 상황이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증시가 본격적인 컨트리 리스크(한반도 안보위험)를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기업 이익과 직결되는 각종 경제 변수들의 악화 속도가 빨라지고, 기업 수익 전망치가 계속 낮아 지고 있어 주가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환율이 최대 복병
리서치센터장들은 외국인들의 최근 주식 매도가 전쟁 리스크와 세계적인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주식 비중 축소일 뿐 추세적인 '셀 코리아(Sell Korea:한국물 매도)'는 아니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최근 요동치고 있는 외환시장이 외국인 매도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했다.
현대증권 정태욱 상무는 "지금까지 외국인들은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으로 상쇄할 수 있어 주식을 덜 팔았지만, 최근처럼 환율상승(원화 약세)이 더 심해질 경우 주식 평가 손실에 이어 환차손(換差損)까지 입을 외국인들이 본격적인 주식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본부장은 "원화약세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는 6개월 후에나 나타나는 반면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가격이 올라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경기 회복이 지연돼 원화가치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은 바로 나타날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닥은 어디?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돌파구가 나오지 않는 한 지수는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원증권 조홍래 부사장은 "바닥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이라크와 북한 문제가 상존하는 상태에서는 작은 악재성 돌발 뉴스에도 지수가 10포인트 이상 출렁거리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박 상무는 520을 1차 지지선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 정 상무는 "지수 예상보다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500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 투자자라면, 현 지수대에서 분할 매수했다가 반등하면 차익을 챙기고 추가 하락 할 경우 보유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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