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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社에 치이고 금연열풍에 뿌연 경영여건/중소담배업체 숨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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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社에 치이고 금연열풍에 뿌연 경영여건/중소담배업체 숨막힌다

입력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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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얼굴보기도 민망하고…사업을 정리해 밀린 월급이나 갚아줄 작정입니다."2001년 말 저독성 고급 담배 브랜드 'S'를 내세워 의욕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던 A사 사장 박 모(58)씨는 창고 가득히 쌓인 담배 상자를 보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출시 첫 달 월 30만갑, 5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사업이 이제는 월 5만 갑도 판매하지 못하는 부진을 겪고 있다. 결국 지난해 13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자본금 10억원 마저 모두 까먹고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코스닥 시장 진출도 물거품이 됐다. 2001년 7월 담배제조독점권 폐지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중소 담배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금연 열풍으로 된서리를 맞은 데다 시장을 선점한 거대 기업들의 텃세와 소비자의 선입견에 고전 중이다. 이에 따라 상위 몇 개사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대량 폐업 사태마저 우려되고 있다.

시장점유율 1%도 안돼

현재 연간 1,000억 개피에 이르는 우리나라 담배시장은 상위 4개사가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KT& G(옛 한국담배인삼공사)가 1조8,000억원 대의 매출(전체의 79%)로 1위를 고수하고 있고, 나머지 20%를 BAT코리아(10.3%), 필립모리스(5.6%), 그리고 일본담배회사(JTI, 4.2%) 등 외국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 미만이 중소 담배회사들의 몫. 400억원대 가까운 시장이지만 전국적으로 20개에 이르는 업체들이 경쟁하기엔 턱없이 좁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2001년 당시 전체의 7.5%, 5,000억원 대의 시장을 예상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리라 기대를 모았던 것과는 많이 다른 실정이다.

황금산트레이드, 구강물산, 다민바이오텍, 그린트롤 등 업계의 대표적인 회사들조차 한두 업체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해 매출 규모 10억∼50억원대 사이에 있던 A사, D사, K사 등 6개 업체는 이미 부도를 냈거나 폐업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텃세와 선입견, 금연열풍에 고전

중소 담배회사들의 입지가 줄어들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지난해 금연 열풍이 꼽힌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기존 담배 시장의 틈새를 노리는 전략으로 저독성, 고급형의 '기능성 담배'를 주로 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건강에 대한 염려가 높은 중장년층들이 주 구매층이었는데 '이주일 금연 열풍'으로 가장 먼저 담배를 끊은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었던 것. 금연 열풍으로 영향을 받은 연 280만명의 흡연인구 중 3분의 2 이상이 이들 중장년층으로 추산되고 있다.

영업과정에서 겪는 KT&G와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텃세도 주요한 요인이다. 일산의 한 담배소매상은 "KT&G, BAT코리아, 필립모리스 등 대기업 영업소는 무료로 진열대를 설치해 주거나 판매 물량에 맞춰 각종 사은품 등을 제공하는 판매 인센티브가 있다"며 "이들 눈치를 보다 보면 중소 민간담배업체 제품을 앞에다 내놓고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체적인 생산 공장 없이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수입한 담배를 판매한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저가, 저품질'이라는 중국산에 대한 선입견이 그대로 이어진 것.

이같은 국내 시장 여건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나은 중소담배업체들은 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 선두 격인 황금산트레이드는 지난해 29%(200만갑)에 육박했던 매출 중 수출비중을 올해는 50%(1,000만갑)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800개에 달하는 국내 대리점에 적정 이윤을 보장하고 나면 크게 남을 것이 없다"며 "해외 수출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강화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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