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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7>유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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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7>유인태

입력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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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柳寅泰·55) 청와대 정무수석은 요즘 심각한 시차(時差)를 겪고 있다고 한다. 전과는 달리 매일 새벽 귀가해 아침 6시에 출근하다 보니 대통령 앞에서나 기자회견장에서도 졸기 일쑤다. 물론 청와대에 근무하면서부터 생긴 일이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치개혁에 대한 그의 애착은 남다르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 "최대 과제인 정치개혁과 지역구도를 깨는 일"이라고 진지하게 답했다. "대통령이 지금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양반, 생각보다 준비한 게 많더라고. 언제부터 그렇게 대통령 할 마음이 있었는지…"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청와대에서 그는 '대통령에게 스스럼 없이 직언할 수 있는 측근'으로 통한다. 그러나 본인은 "정찬용 보좌관이나 문재인, 박주현 수석이 쓴소리 잘하기는 더 선수"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말 몇 마디 할 때도 육두문자가 들어갈 정도로 유명한 '욕쟁이 아저씨'지만 악의가 없어 기분 상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난 욕할 줄 모른다"며 시침 떼는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하다. 술도 말술이다. 기자가 집에 찾아오면 "내 집도 아니고 누추해서…"라며 집 앞의 허름한 목로주점에 데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주잔을 기울인다.

1974년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직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의 심경을 물어보니 대답이 걸작이다. "호송버스 안에서 낄낄 거리고 웃었지. 유신정부가 장난친다고 생각했어. 그게 어디 사형 받을 일이었나." 아무리 젊었을 때라지만 정말 대범했다.

그가 처음 노 대통령을 만난 것은 87년. "YS와 DJ의 후보 단일화 때 함께 술 마시고 잤는데 투박하고 거친 모습이 변호사 같지 않아서 나와 '같은 류(類)'라는 느낌이었다"고 첫 인상을 말했다. 10년 이상 노 대통령과 정치인생을 함께 한 것도 그의 인간미에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노 대통령은 92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오히려 주변 사람을 챙겨주었고 95년 DJ를 따라가면 당선이 확실한 데도 끝까지 당을 지키자고 나를 설득했다"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유인태는 나 때문에 빛을 못봤다"고 미안해 한다. 하지만 본인은 "대통령이 내게 빚진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DJ 정부에서 나만 의원이나 장관 한번 못했는데, 그건 내가 술자리 등에서 DJ의 비개혁성을 수시로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수석은 현 정권의 공신이지만 더 이상의 자리 욕심은 없다. 내년 총선 출마도 포기한지 오래고 "개혁에 기여한 뒤 정치인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것 뿐이다. "60살 넘어 자리를 탐내면 노추(老醜)야. 은퇴하면 경비나 서든지 해야지"라며 웃는 투박한 얼굴은 마치 동네 아저씨 같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사진 손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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