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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김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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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김각영

입력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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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피의자 고문 치사 사건으로 퇴진한 이명재 전 검찰총장 후임으로 검찰 총수 자리에 오른 지 4개월. 김각영 총장은 또 한번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비운의 검찰총장이 되고 말았다.김 총장은 취임 당시부터 자격 논란에 휩싸이고 취임 3개월 후 정권이 바뀌는 등 격랑 속을 헤쳐왔다. 맨 처음 김 총장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다름 아닌 부실수사. 김 총장은 2001년 서울지검장과 대검차장 재직 시절 이용호 게이트 등 주요 사건 관련자들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려 구설수에 올랐다. 이 같은 과거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정권 교체로 인해 김 총장은 취임 때부터 '단명'이 예고되기도 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권 등에서는 "알아서 하라"는 식의 압박이 가해졌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고비마다 "임기보장"을 약속하며 김 총장을 안심시켰다. 압력은 내부에서도 가해졌다. 지난달 검찰 개혁을 주장했던 평검사들은 과거 검찰의 잘못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을 김 총장에게 촉구했다. 무엇보다 강금실 법무장관의 취임은 가장 큰 타격이었다.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 대한 김 총장의 제안은 '후배' 장관에 의해 무참히 꺾였다. 사시 동기 3명이 용퇴하는 가운데서도 끝까지 버티던 김 총장의 오기도 이날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현 검찰 고위직을 믿지 않는다"는 노 무현 대통령의 한마디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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