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달인'으로 불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9일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쉽지 않은 토론을 벌였다. "노 대통령의 판정패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토론이 노 대통령의 뜻대로 풀려가지 못했던 이유는 논리와 근거제시, 시스템의 개혁을 강조해온 노 대통령이 이날은 자신이 주도하는 검찰인사는 개혁의 관점에서 옳은 것이기에 '그냥 따라달라'는 얘기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노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토론회를 시도, '대통령의 직접개입'을 국정현안 해결의 선례로 등장시켰다. 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국정의 주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중재와 타결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던 것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토론의 형식에 대해선 인사를 둘러싼 평검사들의 반발을 대통령이 직접 제압하려고 나섰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권위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이날 토론 과정에서 노 대통령과 평검사들이 얼굴을 붉혀가면서까지 공격적인 발언을 주고 받았다.
이로 인해 이번 토론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대통령에게 평검사들이 정면 도전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고 대통령의 권위가 떨어졌다 하더라도, 대통령을 지나치게 궁지로 몰아세운 것은 다소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워낙 파격적이고 괜찮은 면도 있지만 대통령이 전부 나서서 한다면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부처의 문제를 장관이 해결하지 못하고 대통령이 '소방수'로 나선다면 앞으로 각종 집단간의 갈등이 생길 경우 장관을 제쳐두고 또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설 것이냐 얘기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검사들의 소신을 제압, 훈시하는 분위기여서 조직내 반발이 더 커지고 또 다른 파열음이 나올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도 토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검사 출신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이미 해명된 대통령의 약점을 들춰내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토론의 기본도 모르는 자세"라고 지적했고,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대통령이 다시는 이런 식의 토론회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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