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3월10일 보스턴 대학 음성생리학 교수 앨리그잰더 그레이엄 벨이 전자석(電磁石) 앞에 진동편(振動片)을 놓고 진동판을 작동시키며 "륱슨군, 용무가 있으니 이리로 와주게!"라고 말했다. 토머스 륱슨은 그의 조수였다. 벨과 륱슨의 이 대화는 인류 역사상 첫 전화 통화로 기록되었다. 벨의 전화기는 그 해 필라델피아 만국박람회에 출품돼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벨은 진동판의 크기와 종류, 자석의 형태 등을 놓고 실험을 거듭한 끝에 이듬해인 1877년 영구자석을 사용해 현재의 수화기에 가까운 것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매사추세츠주 살렘의 군중 앞에서 이 전화기로 31㎞ 떨어져 있는 륱슨과 통화하는 시범을 보였다.벨은 자신의 발명품이 단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끼리 통화하는 데 쓰이는 기계에 그치지 않고 무엇보다도 돈을 버는 기계라는 것을 직감했다. 륱슨과의 첫 통화가 있었던 그 해에 벨은 이 놀라운 발명품의 특허를 얻은 뒤 이듬해 벨전화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벨의 연구를 재정적으로 지원했던 장인 앨릭스 허바드와 조수 륱슨을 돈방석에 앉혔다. 벨전화회사는 뒷날 세계 최대 규모의 통신회사인 미국전신전화회사(AT&T)로 발전했다.
전화를 뜻하는 유럽어 '텔레폰'은 '멀다'는 뜻의 그리스어 '텔레'와 '소리'를 뜻하는 그리스어 '폰'을 합쳐 만든 말이다. 이 말은 벨이 전화를 발명하기 16년 전 프로이센의 물리 교사 필립 라이스가 처음 사용했다. 라이스는 진동판을 사용해 거의 실용 전화기를 만드는 단계에까지 갔으나, 당시 유럽 과학계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자 연구를 포기했다. 그 즈음 에든버러 대학에 재학 중이던 벨은 라이스의 연구를 전해 듣고 미국으로 건너가 이를 발전시켜 전화기 발명자의 영예를 얻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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