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검찰인사를 하는데 여러분이 공개적으로 비판 의견을 내놓았다. 사실도 있고, 의견도 있다. 나도 정치하는 사람이다. 정치하는 사람들도 검찰조직 못지않게 신용을 많이 잃고 있다. 의심이 있다면 기탄없이 묻고 질문 해달라. 법무장관이 이 문제를 직접 수습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으나, 대통령이 나서 대화하지 않으면 안될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해 이 자릴 만들었다.허상구 검사 우리는 참여정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을 천명해왔기 때문에 이번에야 말로 검찰이 바로 설 마지막 기회라고 기대했다. 서열과 기수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과 인품이 뛰어는 인사가 중용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인사를 보면서 대다수 검사들은 과연 참여정부가 검찰의 중치적 중립을 보장해 줄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갖게 됐다. 이번 인사과정은 밀실인사를 답습했다. 객관적 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아마추어다. 대통령이 검사들을 토론으로 제압하려는 것은 안 된다. 참여정부라고 하지만 이번 인사는 검사들의 참여가 없는 정치권의 일방적 밀실인사다. 이것이 과거 독재정권의 인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 달라.
노 대통령 토론의 달인으로 여러분을 제압한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상당히 모욕감을 느끼지만, 나는 토론의 달인이 아니다. 나는 토론에서 지지 않도록 인생에서 하고싶은 일을 참고 편한 길을 포기하며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이를 말재주로 생각하는 것에는 유감을 표명하고 넘어가자. 밀실인사나 검찰장악 의도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공개적으로 모욕당한 느낌이 들었다.
강금실 법무장관 여러분은 법무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사권에 대해 법무장관 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달라고 한다. 나는 정치권이 아닌 법률가 출신이다. 여러분은 나를 공개, 비공개적으로 점령군이라고 한다. 검찰 개혁의지를 가진 비검사 출신이 장관으로 취임한 상황에서 기수가 낮은 여성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난 고쳐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2월27일 장관 취임 후 검찰총장으로부터 40여명 검사장급 인사를 2월에 했어야 하는데 밀렸다는 보고를 받았다. 당시 밤샘해서라도 빨리 자료를 검토해 늦어도 3월중 하겠다고 했다. 3월11일 검사장급 인사, 3월17일 부장검사급 인사를 하려고 밤잠도 못잤다. 검찰인사를 관리하는 검찰국장을 불러 검사장급 인사자료를 요구했더니 인사기록자료와 참고자료 등 2개 파일을 가져왔다. 그런데 거기엔 학력, 고향, 경력만 있고 사건처리 과정이나 공정수사 등의 업적은 전혀 없어 깜짝 놀랐다. 그 동안 장관이 혼자 인사를 했던 것이다. 업무 수행능력과 도덕성 자료는 없고, 상관이 작성하는 복무 표에 ABC만 있었다. 검찰인사위원회의 신설은 지금은 불가능하다. 법령을 고치는데 여러 달이 걸리고 합의도 필요하다. 검찰인사는 철저히 검사수사권에 대한 견제의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검찰 인사를 3월 한달 내에 다 마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검찰총장을 만났는데 서면으로 인사안을 건네줬다. 검사장급 인사 몇 분을 천거했으나 난 동의할 수 없었다. 그 중엔 옷로비 사건 등 정치적으로 이용된 사건이나 고문치사 사건으로 책임질 사람이 포함돼 있었다. 외부인사나 정치권 개입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난 수십 명 검사의 의견을 들었다. 그런데 그 분들은 내게 자신을 만났다는 얘기를 밖에 하지 말라고 했다. 장관을 돕는 것이 알려지면 곤란하다고 했다. 이번 인사를 빨리 해 조직을 안정시킨 뒤 단계적으로 개혁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다."
김윤상 검사 장관이 취임후 검찰개혁을 무리하게 서둘러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서두른 이유가 뭐냐. 외부와 차단된 비밀공간에서 인사판을 짜는 게 밀실인사다. 인사위원회는 이미 설치돼 있고, 외부인사도 2명에서 4명으로 늘리기로 돼있다. 가장 개혁적인 대통령의 취임 후 하는 첫 인사에서 장관이 총장 및 일부 인사와 협의해 서둘러 한 것이 개혁적 인사인가.
노 대통령 여러분 주장의 핵심은 인사를 왜 검찰 인사위에서 하지 않느냐다. 그러나 지금 인사위는 대검차장이 위원장이고, 인사 대상인 검사장급이 모두 포함돼 있다. 총장, 차장 인사시 평검사의 의견을 들으면 좋겠고, 앞으로 그럴 생각이다. 그러나 장차 평검사 인사 때 평검사가 인사위에 들어와 인사하는 것은 문제다. 인사는 결국 대통령과 장관이 수집한 정보를 통해 결단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인사위는 검사장급과 부장·평검사에 필요한 인사위를 따로 구성해야 한다. 검찰인사권을 장관에서 총장으로 이관하라는데 제청권도 아닌, 인사권 이관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왜 장관의 지휘 하에 검찰을 두나. 권력 기관인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를 위해서 그렇다. 한국은 통제 받을 검찰이 법무부를 장악, 검찰의 문민통제가 안됐다. 인사권 이양은 들어주기 어렵다. 내가 대통령권한을 법대로 행사할 수 없는 결함이 있는 대통령이냐는 생각에 화가 난다.
박경춘 검사 강 장관의 점령군이라는 말은 전국민과 후배들이 듣기에 거북하다. 문민장관은 군사독재시절에 나온 말 아닌가.
김병현 검사 우리가 바라는 것은 검찰을 통제하는 장관이 아니라 정치권의 외풍에서 보호해주는 장관이다.
노 대통령 지금까지 공직사회는 윗사람 눈치보고 줄서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제도개혁하겠다며 인사를 미루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이번 인사의 목표는 과거 경험을 덜 가진 검사를 빨리빨리 위로 올리자는 것이다. 사람을 교체하면서 제도를 바꾸는 것이 개혁의 지름길이다. 그래야 인사위원회도 만들어지고 평검사도 검찰 지휘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
윤장석 검사 우리는 법무부장관의 인사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달라는 것이다. 이는 평검사들의 바람이자 민변의 요구다. 나는 지난 추석연휴 내내 야근했지만 집에서는 신뢰 받는 검사로 평가받지 못한다. 힘있는 사람, 정치적 사건에 칼을 제대로 못 대는 행태 때문에 이런 평가 받았다. 지금까지는 사건을 수사하는데 갑자기 사건이 없는 부서로 인사하곤 했다. 이런 것 없애달라.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은 빨리 인사해서 줄 세우면 된다고까지 하지 않았나. 물론 정치권에 빌붙었던 선배들 찍어내야 한다. 대신 찍어내는 과정을 투명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완규 검사 인사 제청권을 총장에게 이관해달라는 것은 유례 없는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전체 검사의 의견을 들었어야 한다.
노 대통령 앞으로 검사가 장관 만나게 해달라면 만나게 해주고,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면 그렇게 하겠다. 누구와 인사위원회를 만들면 좋을지 당장 이야기해달라. 나는 당선된 이후 국정원 보고를 한 번도 안받았다. 검사에게 전화도 안 했다. 대통령이 검사에게 전화했다는 말 한 마디면 국민에게 신뢰를 상실한다. 그것은 검찰을 철저히 존중하겠다는 뜻이다. 내 사시 동기 검사와도 상의한 적도 없다. 민주당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라도 받았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나도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개혁의지 퇴색할지 모른다. 그래서 평검사, 검사장 인사를 위한 인사위원회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영종 검사 검사들의 요구는 밀실인사, 정치권 예속인사를 없애고 투명하고 자율적인 인사제도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에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한 적이 있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뇌물사건을 잘 봐달라고 했다는데 검찰의 중립을 훼손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나.
노 대통령 청탁전화 아니었다. 해운대의 당원이 사건에 계류돼 있는데 위원장이 자꾸 억울하다고 호소하니까 다 못들은 얘기가 있으면 가서 들어주라고 했다. 검사들이 그 정도로 사건을 그르치지 않는다. 현재 검찰인사위원회에 있는 분이 다 인사대상이다. 모두 배제해야 한다. 인사위원회를 만들려면 오늘 저녁이라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좀더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 지금 인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현재의 검찰지도부로 몇달 가자는 것인데 용납할 수 없다. 검찰 중립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언론 자유도 구속되고 해직되면서 지킨 것 아닌가.
강 장관 검찰이 검찰총장이 제청권을 가질 때 공정 인사가 될지 회의적이다. 법무부를 분리해 검찰의 수사권을 독립하자고 하는데 그 동안 법무장관, 검찰총장, 임명권자 보좌하는 민정수석 모두 검사였다. 때문에 정치권 개입이 더 쉬웠다. 검찰 총장이 인사권에 영향 미쳤지 정치권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다. 옷로비 사건,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모두 검찰총장이 문제가 됐었다. 나는 총장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석환 검사 나는 SK 수사팀에 있다. 소신껏 열심히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외압이 있다. 여당 중진 인사도 있고, 정부 고위인사도 있다. 혹자는 수사지휘팀에 다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인사로 날려버리겠다는 뜻 아니냐. 이게 검찰의 현주소다. 여기서 밀리면 정치 검사 된다.
노 대통령 두 가지 압력이 있을 수 있다. 경제에 미칠 영향을 깊이 분석하고 대응해달라는 압력도 있을 것이다. '다칠 수 있다'고 한 사람은 내게 고발해달라. 이런 사람은 검찰을 떠나게 해야 한다. 이번 인사를 왜 인사위가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하필이면 꼭 나한테 하라고 하느냐.
이정만 검사 지금까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은 없다. 노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결의만으로는 안 된다. 법치가 중요하다.
노 대통령 검찰 스스로 중립을 지키겠다 해놓고 지금까지 못했다. 그래서 대통령을 못 믿겠다고 하면 같은 이유로 나도 검찰을 믿을 수 없다. 검찰 상층부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다.
박경춘 검사 언론지상에서 대통령을 83학번으로 보도한 것을 봤다. 대통령과 여기에 온 검사들은 코드가 맞다. 대통령은 '왜 다른 대통령에게 요구하지 않다가 나에게 요구하느냐'고 하는데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나는 이번 인사대로 가겠다. 나는 검찰조직 상층부를 믿지 않는다. 이번에는 내게 주어진 권한대로 인사하고, 앞으로 인사위를 만들어 특히 평검사 인사를 공정하게 하겠다. 여러분이 검찰 지휘부를 옹호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 달라. 인사를 중단시키면 상층부 인사가 유예된다. 그들은 정치적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개혁이 안될 수도 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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