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간판 타자였다가 올 시즌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마쓰이 히데키(松井秀喜·사진 오른쪽).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리는 시범경기에서 연일 대활약이다. 마쓰이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활약이 일본 방송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일본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시합에서 패하면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방송가에서도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시청률 제조기' '킬러 콘텐츠'로 불린다. 특히 이 구단의 모 회사인 요미우리 신문 계열의 니혼TV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경기 중계를 내세워 9년째 연간 시청률 1위를 사수해왔다. 따라서 니혼TV는 마쓰이의 이적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인기 하락과 경기 시청률, 방영권료 하락 등 도미노 현상을 부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쟁 방송사들에게는 지금이 니혼TV의 독주를 막고 방송계 세력 판도를 재편할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경쟁사들은 시범경기를 연일 생중계하면서 '마쓰이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전 매스컴이 마쓰이에만 매달리자 왕년의 홈런 스타이자 다이에이 호크스 감독인 왕정치가 "일본 프로야구에도 신경을 써달라"고 불만을 터뜨려야 할 지경이다. 뉴욕에서도 마쓰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좇는 일본 언론의 과열 취재경쟁이 화제가 되고 있다.
40여년 간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프로야구의 '명품'이자 방송 콘텐츠의 '명품'으로 군림해 왔다. 높은 시청률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현실에서 방송사들이 인기 콘텐츠 위주의 채널편성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명품도, 인기도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마쓰이의 이적으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소홀히 한 채 당장 손쉽게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기존 콘텐츠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일본 방송계의 취약점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방송사들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모든 것이 격변하는 21세기에 기술 개발을 등한시하는 기업은 절대 생존할 수 없다. 방송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김경환 일본 조치(上智)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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