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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作 2편"으로 보는 中 사상의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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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作 2편"으로 보는 中 사상의 지형

입력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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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상에 대한 관심은 아시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아시아 유교·불교 문화의 초석인 고대 사상은 물론, 19세기 말의 개화기로부터 사회주의 체제 성립, 최근의 개혁·개방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사상의 변모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연구 분야이다. 최근 국내에서 나란히 나온 '중국 고대 사상의 원형을 찾아서'(이은봉 덕성여대 명예교수)와 '중국 근현대 사상의 탐색'(조경란 성공회대 연구교수)은 이런 중국 사상의 지형을 조감할 수 있는 노작(勞作)이다.

"중국 고대 철학 속에서 오늘날까지 유효한 보편적 가치를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막 정년 퇴임한 국내 2세대 종교학 대표자의 한 사람인 이은봉(66·사진) 명예교수의 '중국 고대 사상…'(소나무 발행)은 여러 면에서 독특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종교학 연구의 틀로 중국 고대 철학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 중국 고대 사상의 현재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는 실용적 관점에 서 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중국 사상의 가치는 '4,000년 동안 동양 윤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효에 대한 유가의 가르침을 해석하거나, 도가의 철학에서 '도덕적 생태학'의 원리를 이끌어내는 대목에서 두드러진다. 그는 '효제(孝弟)가 인(仁)을 행하는 근본이 아닌가'(논어 학이편)라는 유자(有子)의 말처럼 효와 인이 불가분의 관계이며 가족 윤리 뿐 아니라 동양사회를 지탱하는 종교·사회 윤리라고 강조한다. 또한 효는 혁파해야 할 봉건 사회의 낡은 윤리라기보다 가족이 해체되는 가운데 사회복지 제도가 온전한 대안이 되지 못하는 시대에 새롭게 검토해야 할 개념으로 본다.

중국의 무(巫)가 유가 사상에 미친 영향이나 중국 신화와 고대철학의 관계, 장자의 '제물론'에서 초월의 다양한 의미를 해석해 낸 글 등은 30년 가까이 강단에서 종교철학을 가르친 학자의 면모가 여실하다.

그는 반고 신화의 주제를 분리와 변형으로 요약하고 이를 '남해의 임금을 숙()이라 하고 북해의 임금을 홀(忽)이라 하며, 중앙의 임금을 혼돈(渾沌)이라 한다'로 시작하는 '장자'의 대목과 연관시킨다. 퇴임 후에도 덕성여대에서 종교철학 강의를 계속하고 있는 그는 "중국 고대철학은 종교적 사유의 틀로 접근할 때 의미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래 사상의 주체적 수용은 중국의 강점이지만 대개 지나치게 동화해 버리는 한계가 있습니다."

조경란(42·사진) 성공회대 연구교수의 '중국 근현대 사상…'(삼인 발행)는 19세기 말부터 100여 년을 격동한 중국의 사상 조류를 한 눈에 살필 수 있게 한다. '역사비평' 등 계간지에 발표한 글을 모은 이 책은 중국 근대 태동기의 지식인 캉유웨이(康有爲)를 필두로, 사회진화론 수용 과정, 자유주의의 태동과 분화, 마르크스주의 도입 과정에서 활약한 대표 사상가들의 사유와 면모를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량치차오(梁啓超) 루쉰(魯迅) 쑨원(孫文) 옌푸(嚴復) 천두슈(陳獨秀) 후스(胡適) 장둥쑨(張東蓀)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朱恩來) 왕후이(汪暉) 등이 주역인 중국 근현대 사상사는 300년 서양 사상의 흐름을 압축한 봉건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역사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중국에서 초기 마르크스주의 수용과 해석은 본래의 의미대로 세계적 보편성을 지닌 쪽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민족주의적으로 변했다"며 "중국에 수입된 사상은 체제에 쉽게 동화해 근본에서 그 사회를 변화하는 계기를 만드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사회진화론 도입에서도 마찬가지고, 자유주의가 체제 내로 동화되는 과정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그는 개방·개혁 정책과 함께 자본주의 방식이 광범위하게 수용되는 최근의 중국 변혁 과정에서 자유주의 좌파가 맡은 역할에 주목한다. 조 교수는 "중국 사회과학자들의 거의 대부분이 이런 경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유주의의 세력 범위는 넓다"며 "특히 평등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중국의 정치 체제를 비판하는 좌파 자유주의 지식인들과 왕후이를 필두로 한 신좌파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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