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8시25분 이뤄진 김각영 총장의 전격 사퇴 의사 표명은 이날 대통령과 검사간 토론회 중반부터 감지됐다. 오후 1시40분 대검 청사로 출근, 집무실에서 토론회를 지켜본 김 총장은 검찰 수뇌부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강한 불신감을 나타내자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포함, 검찰 수뇌부를 '개혁대상'으로 몰아가는 노 대통령과 총장의 인사안을 납득할 수 없었다는 강 장관 발언에 김 총장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4시께 토론회가 끝나자 김 총장은 대검 검사장급 간부들과 회의를 가졌다. 이때부터 '이상 기류'는 표면화했다. 김 총장은 회의를 거듭하면서도 전혀 집무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검 간부들도 5시 이후부터 토론회 결과에 대한 반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떨구며 속속 퇴근했다. 김 총장의 사퇴 사실이 알려진 것은 저녁 8시. 김 총장은 저녁 7시께 대검 한명관 기획과장에게 퇴임사를 준비시키고, 이 때부터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저녁 8시25분, 굳은 표정으로 집무실에서 나온 총장은 바로 옆 접견실에 들어서 미리 준비한 '퇴임에 즈임하며'라는 글을 차분하게 낭독했다. 김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부적절한 인물로 지목된 이상 총장직을 사퇴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발표문을 읽은 뒤 기자들에게 "그 동안 여러 가지로 고마웠다"는 말을 끝으로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집무실로 들어갔다. 3분에 걸친 짧은 퇴임 기자회견이었다. 김 총장은 15분 뒤 퇴근하면서 "인사권으로 검찰을 통치하려 한 정권에 대한 반발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퇴임사에 있는 대로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김 총장은 그러나 "다른 검사장들은 남아 있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고 서둘러 대검청사를 떠났다.한편 이날 대검청사에서 토론회를 지켜본 검찰 간부들은 자괴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한 대검 간부는 "신뢰받지 못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검찰 수뇌부가 무슨 할 말이 있겠나"고 말한 뒤 서둘러 퇴근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검찰총장뿐 아니라, 이번 토론회로 개혁대상으로 지목된 검찰 간부들 모두 거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평검사들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에게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사태가 더 심각한 검란사태로 이어질까 우려했다. 한 검사는 "대통령의 토론회 제의 자체가 총장 몰아내기의 수순으로 읽혔다"며 정치권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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