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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族

입력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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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 대표위고넷의 심재희 대표는 1999년 세운 통합 온라인마케팅회사 위고넷을 운영하면서 2001년에 브랜드마케팅회사 브랜드아큐멘을 설립했다. 그는 또 대학에서 디자인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로고나 포장디자인까지 직접 꼼꼼히 챙기면서

e브랜딩연구소에서 MBA출신 연구원들과 마케팅공부를 하기도 한다.

최근 기업들이 힘을 쏟고 있는 온라인마케팅을 대행하는 것이 위고넷이라면 회사로고 디자인 전략등 전통 CI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브랜드아큐멘이다. 때문에 그는 온라인·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

제품로고디자인에서 커뮤니티 제휴 전략, 회사경영에 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는 그가 만나는 사람들의 성격도 아주 다양하다. 경영자독서모임에서 산업정책연구원이 실시하는 브랜드포럼에까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IT기업들 사장들의 친목모임에서, 실용적인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디자이너모임에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그는 허브족의 조건으로 다양한 관심과 잡기를 꼽는다. '한우물을 파기 보다 여러 우물을 파자는 것'이 신조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기업 디자인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가만히 직장 다니면서 정기적금 붓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어' 이것 저것에 기웃거렸다. 디자인도 화장용품기에서 포장지·간판 등 가리지 않고 일했고, 웹디자인을 배워 멀티미디어팀을 만들기도 했다. 회사를 차리면서는 마케팅에 관한 책이라면 한 권도 빠뜨리지 않고 읽었다. 최근에는 책을 좀더 많이 읽기 위해 속독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김헌태 이사

TN소프레스에서 정치사회여론 조사파트를 맡고 있는 김 이사가 만나는 사람은 청와대 인사에서부터 국회의원, 대학교수, 검찰간부, 언론계, 사회시민단체 사람들 등 말 그대로 다양하다. 주로 최근 현황에 대한 여론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를 청해서이다. 이 만남을 통해 여론, 정세·시사문제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다시 자연스럽게 토론모임, 포럼 등에 초대받는다. 이런 기회를 통해 새로운 여론조사 주제가 떠오르거나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어느새 주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고 말한다.

화가 문인 등 문화계 사람들과의 모임에도 빠지지 않는다. 일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두고 토론하려면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시사문제에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그는 또 '약속을 잘 지키는것'을 돈독한 인간관계 유지의 첫째 비결로 꼽는다. 지나가는 말로 '한번 만나자'고 하더라도 꼭 지킨다. "가볍게, 인사치레로 했던 약속들이 나의 신뢰성을 저울질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지나가는 말까지 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지키지 못할 말은 절대 하지 않죠."

또 그는 대인관계 원칙으로 '상대방에 대한 입소문에는 솔깃하지 않는다'를 강조한다. 워낙 연결고리가 많다 보니, 정보와 함께 상대방에 대한 루머나 악평이 적지않게 들리지만 자신이 느끼지 못한다면 소문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당할 때까지는 사람을 믿는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이젠 '허브(hub)족'이다.

지난해 고소득 전문직종으로 그들만의 클럽문화를 이끌어왔던 '보보스족'이 주목 받더니 올해는 이른바 '허브족'이 트렌드를 이끄는 신 인간형으로 등장했다.

정보·대인관계의 중심에서 휴먼네트워크를 넓혀가는 허브족은 수레바퀴의 중심을 뜻하는 허브에서 나온 말. 우리 표현으로 쉽게 말하면 '마당발' 혹은 '오지랖이 넓은 사람' 정도로 이해해도 큰 무리가 없다. 개방성, 네트워크, 다변성 등을 함축하는 허브가 허브 사이트, 허브 도시란 말을 만들어 내고, 다시 허브족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미디어그룹 포춘의 홍콩 및 런던사업부 마케팅이사인 스탠 스톨네이커가 '비즈니스 정글, 허브'에서 가장 최신의 인간형을 지칭하는 말로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 패션이나 트렌드를 다루는 잡지 등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톨네이커가 내린 '허브족' 정의를 따르면 탈국가적 마인드를 가지고 취미나 가치관등을 매개체로 네트워크를 넓혀가며, 정보와 소문을 퍼뜨리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를 소개받고 싶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 사람을 찾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해결사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명품만을 이용하고 그들만의 폐쇄된 문화를 이끌어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던 보보스족에 비해 허브는 다문화를 배경으로 상이한 문화를 쉽게 수용하며, 친근성으로 다른 사람과 쉽게 가까워지고 신뢰를 받는 등 긍정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

이렇게 '허브족'이 떠오르게 된 것은 합병 제휴가 비즈니스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부터. 사람들이 사업상 만나고 헤어지는 횟수가 빈번해지면서 함께 비즈니스를 할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돌아서면 원수'가 되기 쉬운 비즈니스세계에서 파트너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신뢰'다. 이왕이면 신뢰할 만한 허브족이나 허브족이 소개해 준 사람을 파트너로 삼으려는 것은 자연스런 반응이다.

물론 예전의 마당발이 '뒷거래' '실력보다는 내 사람쓰기'식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즈니스에 있어서 밀실거래 등이 사라질수록 신뢰감은 더 큰 가치로 부각된 것이다. 일을 맡기거나 거래를 털 때도 이왕이면 아는 사람을 찾는 것은, 지뢰밭 비즈니스세계에서 생면부지의 타인보다 일단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적 배경도 허브족의 주요 요소로 꼽힌다. 외국에서 성장하거나 유학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토종'보다는 '퓨전형 인간'이 더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스탠 스톨네이커는 허브족 사람들을 상이한 문화권에서 자란 두 사람이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 결혼은 했지만 장거리를 오가며 만나는 커플을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는다.

와인나라(주)의 소매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김영심(37) 부장은 3년 전 결혼한 남편 스위스인 롤란드 히니(49)씨와 2개월 반만에 한 번씩 만난다. 당시 리츠칼튼호텔의 총조리장이었던 남편과 호텔 직원으로 만난 두 사람을 이어 준 것은 요리와 와인에 대한 관심이었다. 두 사람은 남편이 카이로 리츠칼튼호텔로 발령이 나면서 1년간 카이로에서 생활하기도 했지만 현지에 적응하지 못한 김씨가 다시 서울에서 일을 갖게 되면서 서울과 카이로를 오가며 만나고 있다.

'허브족' 커플이 등장하는 것은 이들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 매혹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 번 만날 때 마다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 편안하게 술을 마시며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세탁기를 누가 돌릴 것인가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 보다, 그 시간에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아가거나 새로운 요리법을 찾아내는 등 일과 취미에 주력할 수 있는 관계이다. 허브족들의 특성으로 레저와 여행을 즐기고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며 쉽게 동화되는 성격도 꼽힌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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