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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청소년들이 이해하는 "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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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청소년들이 이해하는 "반미"

입력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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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갑차에 치여죽은 두 여중생을 추모하고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을 촉구하는 촛불시위가 지난 5일 100일째 모임을 가졌다. 작년 7월 심미선 신효순 두 학생이 죽고, 11월 미 군사법정에서 장갑차 운전병 등 2명이 무죄평결을 받자 전국으로 번지기 시작한 촛불시위는 새로운 시위문화를 정착시키며 한미관계를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작년 11월과 12월 광화문 일대에서 수만명이 참가하는 촛불시위를 취재했던 나는 감동과 불안을 함께 느꼈다. 미국 국기를 불태우고 미군 철수를 외치는 일부 세력이 있었지만 나머지 인파는 평화롭고 질서정연했다. 손에 손에 촛불을 든 군중의 평화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의문도 있었다. SOFA 개정을 요구하는 군중이 소파의 불평등 규정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을까. 군중 속에는 미선 효순 또래의 여학생들이 많고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이도 적지 않았는데, 특히 그들이 걱정스러웠다.

지난주 100일 기념 촛불시위를 보도한 신문기사를 읽으며 그런 우려를 다시 확인하게 됐다. 광화문 시위현장의 단골 참가자라는 한 초등학생은 "미선 효순 누나를 죽인 미군이 우리 법정에서 재판받을 때 까지 시위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이크를 잡고 인사하는 그의 사진도 신문에 나와 있었다.

지난 연말 한 여고생 워크숍에서도 같은 현상을 보았다. 학생들은 촛불시위를 소재로 연극을 만들었는데, 주인공은 친구들을 이렇게 설득하고 있었다. "촛불시위에 참가하자. 우리나라가 일본에 주권을 뺏겼던 것도 분한데 또 미국에 주권을 뺏겨서야 되겠니? 미선이 효순이를 죽인 미군들은 무죄판결을 받았어. 우리 모두 시위장으로 가야 해." 눈물 흘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미선 효순 양의 명복을 비는 촛불시위에 많은 학생들이 참가한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서울의 시청 앞이나 광화문처럼 각 지방마다 월드컵 축제를 통해 참여문화의 명소가 생겼고, 촛불시위도 대부분 그 곳에서 열리게 됐다. 젊은 부모들은 월드컵 때 그랬듯이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촛불 시위장으로 몰려나왔다.

그러나 촛불시위에 참가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반미를 어떻게 소화하는지, SOFA 불평등 규정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우리는 무관심했다. 신문 방송은 촛불시위를 보도할 뿐 어린 시위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겨를이 없었다. 학교도 부모도 무심했다.

이번 사건에서 미국이 가장 잘못한 것은 오만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공무'의 신성함을 강조하기에 바빠서 한국인들이 인간의 죽음에 대해 품고 있는 정서를 간과했다. 공무 중 사고에 대해 미국 대통령은 절대로 사과할 수 없다고 선언했지만 부시는 결국 사과했고, 한국인들은 그 뒤늦은 사과를 냉소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와중에서 반미감정이 악화하고, 객관적 판단이 흐려진 부분이 있다. 미군 운전병에 대한 무죄평결은 크게 보도됐지만, 지휘관을 문책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해외주둔군의 공무 중 사고에 대해서는 파견국의 재판권을 인정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한국이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키르키즈스탄과 맺은 SOFA도 이런 관례를 따르고 있다.

"미선이 누나를 죽인 미군이 한국 법정에 서기까지 시위를 하겠다"는 초등학생의 각오나 "일본에 주권을 뺏긴 것도 분한데…"라는 여고생의 울분은 누군가 바로잡아 줘야 한다. 한미 간의 SOFA는 부분적으로 개정할 부분이 있지만,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친미도 좋고 반미도 좋다. 그동안의 친미에 맹목적인 부분이 있었던 만큼 거센 반동이 있을 수 있다. 대미관계에서 자존심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제 어느 쪽도 편향된 시각을 버려야 한다. 어린 세대가 과장된 슬픔이나 원망으로 반미감정을 갖게 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양측 다 촛불만 보지 말고 촛불을 든 청소년들의 마음을 봐야 한다.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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