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법무장관이 검찰 서열을 뒤집는 파격적인 인사 안을 제시하면서 촉발된 검찰의 집단 반발에 대해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자업자득으로 명분이 없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순히 낮은 기수를 발탁하는 것이 서열 타파는 아니다"며 "너무 큰 충격요법은 오히려 역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집단 이기" "개혁 방법에 문제"
검찰의 반발을 바라보는 외부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시민 단체들은 "검찰이 그간 수사에 관해 외압이 들어올 때 언제 반발한 적이 있었느냐"며 "후배들이 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밥그릇 싸움'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비난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팀 전제일 간사는 "검찰은 일렬로 줄을 섰다가 승진 안되면 나가야 하는 획일적인 조직이었다"며 "후배가 발탁되는 것을 모욕으로 여기는 발상 자체도 자기들이 만든 서열 틀에서 꼼짝없이 갇힌 검사들의 인식 수준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도두형 공보이사도 "검찰의 집단행동은 국민여론을 읽지 못한 결과이며 자기 희생 없이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 일부에서는 개혁의 방향이 검찰의 현실을 외면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의 위기는 상당부분 검찰내부가 아닌 정치권의 간섭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검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소신껏 수사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이지 단순히 아랫기수를 위로 올리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지법 한 판사도 "개혁인사의 기준을 서열 타파에 두는 것은 피상적 문제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법무부가 얼마나 객관적 능력과 평가를 바탕으로 인사를 단행할 것인지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작업에 앞서 '어느 기수에서 뽑겠다'고 통고한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상명하복에서 자유로운 내부 조직 개편 절실
시민단체와 법조계는 무엇보다 "서열을 타파하겠다"는 통보 하나로 조직 전체가 휘청거리는 것은 그 동안 쌓여 온 검찰인사와 조직개편의 문제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선수 사무총장은 "총장에게 집중된 힘을 분산하고 상하 명령체계를 타파해 검사 개개인이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이런 조직체계라야 후배 상관이 나오더라도 일선 '대(大)검사'가 상관으로부터 완전히 독립, 수사 자체에서 보람을 얻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의 한 간부도 "윗선에 이의를 제기하는 강직한 검사를 버틸 수 없게 만드는 상하명령체계가 문제"라며 "파격 인사 이전에 이런 내부의 문제점부터 손을 봤더라면 반발이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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