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 일 3국 정부가 지난달 20∼22일 일제히 북한측과 비공식 접촉을 가진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과 접촉 내용이 주목되고 있다.미국의 핵 문제 전문가들과 북한 당국자들이 지난달 20, 21일 독일 베를린의 북한 대사관에서 비공식 접촉을 갖고 북한 핵 문제를 협의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6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측에서 전직 정부 당국자·국립연구소 소속 과학자·민간 핵 전문가 등 3명, 북한측에서 원자력에너지성 및 외무성 당국자·베를린 대사관 직원 2명 등 4명이 참석,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포기할 경우의 검증 방법을 협의했다.
북한측은 1999년 금창리 지하 핵 의혹 시설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 조사단을 현지에 받아들여 핵 계획 포기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제안했으나 미국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주장해 협의는 결렬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이 같은 접촉 내용을 지난달 21일 한 중 일 3국 방문에 나선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은 핵 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미 협의에 응하지 않고 다국간 협의로 문제 해결을 모색한다는 입장 때문에 정부간 교섭 형태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 언론들은 5일 지난달 21, 22일 베이징에서 외무성의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심의관과 히라마츠 겐지(平松賢司) 북동아시아과장이 북한 고위 관리들과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나카 외무심의관은 지난해 9월 북일 정상회담 준비를 담당했던 일본 외무성의 대북한 문제 실무 총괄 책임자다.
이에 대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상대방 입장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특별히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으나 일본과 북한은 때때로 서로 접촉을 갖고 있다"고 말해 간접 시인했다.
라종일(羅鍾一)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도 베이징에서 지난달 20일 북한측 인사와 비공식 접촉을 가진 사실을 5일 시인한 바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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