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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구참사 연대의식 가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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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구참사 연대의식 가졌으면

입력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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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가 있은 지 한참이 지났습니다. 연일 보도되는 참사 관련 기사들은 가슴을 울립니다. 방송사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은 엇비슷한 내용에 한번쯤은 보았던 영상을 보내지만 볼 때마다 그렇게 마음이 아플 수가 없습니다. 한 사람의 어이없는 행동에 치른 대가가 너무 커서일까요? 유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동정하는 것일까요? 21살이 된 지금에서야 '연대의식'을 갖게 되어서 일까요?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요즘 20대처럼 저도 연대(連帶)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참사 당일 iMBC 게시판 글을 읽다가 문득 '연대의식'을 떠올렸습니다. 대구지하철 참사가 났던 지난달 18일 방송사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사건보도를 했습니다. MBC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날 예정됐던 시트콤이 방영되지 않자 몇몇 시청자들이 게시판에 글을 남겼더군요.

'사망자 명단이나 부상자 명단을 우리가 알게 뭐냐?', '시트콤 끝나고 저딴 방송하지, 그 방송이 지금 우리한테 꼭 필요하냐구…'. 대구지하철 참사는 '내 일'이 아니므로 '별 일' 아니라는 식의 말들이 소름 돋도록 겁났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경수는 "우리 인간은 안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라는 대사를 두 번 반복합니다. 게시판 글을 읽는 동안 경수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 대사를 읊조리던 영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지독한 개인주의가 변질되면 이렇게 무서운 발상도 가능하게 하는가 봅니다. 물론 그날 게시판에서 제가 읽은 글들은 극히 일부의 생각일 것입니다.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은 네티즌들이 그 극소수의 의견에 질타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 인터넷사이트에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카페만 수십 개 생겼습니다. 이들이 올린 글에서는 정반대로 이웃을 생각하고 안타까워하는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대구시 홈페이지 추모 게시판에도 1만여 건의 사연이 상장(喪章)을 달고 오른 걸 보았습니다.

나와 너의 연대를 저버린 글들은 허구, 추모와 재기의 염원이 담긴 글들은 진실이길 바랍니다. 허구는 사실이 아니기에 사라질 것이고 진실은 끝까지 남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성 화 주 이화여대 방송영상학3 시사웹진 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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