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뚫었다."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서구에서도 여성이 기업의 간부직에 승진할 때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성차별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관용구가 '유리천장' 이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올해 주요 대기업들의 정기인사에서 '유리천장을 뚫는' 여성의 간부직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화재는 6일 여성 11명을 간부로 대거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예년에 여성간부 승진이 1, 2명에 그친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이번 간부승진 인사에는 고졸출신 여성과장 3명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샐러리맨의 별'이라는 임원급에도 여성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PB(프라이빗 뱅킹)사업단장에 씨티은행 출신 구안숙(48)씨를 영입했다. 국내 시중은행에서 옛 서울은행의 김명옥 부행장을 제외하고는 여성 임원급으로는 두 번 째다.
올 삼성그룹의 임원인사에서도 여성 3명이 샐러리맨의 별을 달았다. 이현정 삼성전자 상무보(43), 박현정 삼성화재 상무보(41), 이정민 제일모직 상무보(34) 등 3명이 주인공이다. 이현정 상무보는 미국 통신장비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 출신 홈네트워크 전문가다. 이정민 상무보는 이탈리아 루이자베카리아사 수석디자이너 출신으로 두 사람 모두 지난해 삼성이 전사적으로 추진한 해외 우수인재 확보 때 삼성에 입사했다. 박현정 상무보는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출신으로 94년 삼성화재에 입사한 고객관계관리(CRM) 부문 전문가다.
코오롱 그룹에서도 FnC코오롱 김복희(40) 상무가 그룹 첫 여성임원으로 선임됐다. 김 상무는 "인사발표 때 홍일점이다 보니 시선이 집중돼 당황했지만, 임원의 금배지를 받을 때는 국민학교 때 우등상을 받는 것처럼 뿌듯했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중 여성비율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삼성SDS는 최근 "올해부터 3년간 필요한 인력 5,000여명 중 40%를 반드시 여성으로 채용해 2005년까지 여성인력 비율을 30%까지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여성 채용을 꺼려해온 해운업계에서도 여성 파워가 강해지고 있다. 한진 해운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1명의 신입사원 중 15명을 여성으로 채용했다. 기존 여직원들의 능력도 뛰어나 올해 처음으로 차장 승진자가 나올 전망이다.
/정영오기자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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