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경제팀이 출범하자 마자 법인세율 인하 논란 등 향후 조세정책 방향을 놓고 '성장'과 '분배', '효율'과 '형평'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당초 "성장이 돼야 분배 제고가 가능하고, 분배구조가 바로 잡혀야 제대로 된 성장이 이뤄진다"며 양자간 조화를 역설했지만, 현실 정책에서는 우선순위를 놓고 상충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김진표(金振杓)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취임 일성으로 법인세율의 단계적 인하를 들고 나온 것은 새 정부 조세정책 우선순위가 경제 활성화, 기업경쟁력 제고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 한편으로는 자영업자 과표양성화, 세제감면 축소,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등을 통해 세제선진화·조세정의를 실현하되, 이렇게 해서 확보된 세수 등으로 친(親) 기업적 정책을 펴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세제개혁의 성과물은 소득세 경감과 중산·서민층 지원, 즉 분배 제고에 우선 사용돼야 하며, 성장 우선의 조세정책이 분배를 악화시킬 거라며 반대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6일 논평에서 "2001년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하한 결과, 총 7,500억원 세수 감소분중 5,500억원이 상위 0.3% 대기업에 돌아갔다"고 밝혔다. 경실련도 "비과세 감면을 줄이고, 그 축소분 만큼 세율을 인하한다면 오히려 중소기업이 감면 감축으로 불이익을 볼 뿐 아니라, 결국 국민들에게 그 부담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분배 악화는 김 부총리도 2001년 차관 시절 국회에서 "이익 보는 것은 아무래도 대기업이며, 세수부족분만큼 세출을 축소하지 못하면 그 부담을 누군가가 메워 줘야 할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이처럼 시민단체 등이 법인세 인하에 대해 비판하고 나서자, 노 대통령도 "조세형평성이 후퇴하는 일은 없다. 법인세 인하는 종합적으로 검토해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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