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묘미는 골을 넣는 데 있다. 대포알이든 아기자기한 패스에 의한 골이든 네트가 출렁이는 모습에 환희를 느끼게 된다.'10년 체증이 확 뚫렸다'는 찬사는 대부분 스트라이커의 몫이다. 빗장수비의 대명사 말디니 보다는 호나우두 등 최전방 공격수들이 더 융숭한 스타 대접을 받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는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은 최근 은퇴한 황선홍(35)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나는 이동국(24)을 꼽고 싶다. 포철공고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동국은 체격 조건과 골 감각, 위치선정 능력을 타고 났다.
골을 넣을 줄 아는 몇 안되는 공격수 중 하나다. 이동국은 전성기 때의 황선홍에 비해 전혀 모자랄 게 없다. 2000시드니올림픽 감독 시절 나는 고비마다 한방을 터뜨리며 해결사 노릇을 해낸 이동국에게 적잖은 고마움을 느꼈다. 골잡이는 제 때에 골을 넣어야 제격인 데 그런 면에서 이동국은 탁월했다.
그런 이동국이 10일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다. 스스로 "지난해엔 안 좋은 일들이 많았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입대를 결심했다"고 말했듯 그는 최근 '불운의 스타' 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이동국은 그 이유를 되씹어 봐야 한다.
아무튼 남자에게 군 생활은 특별한 경험이다. 1978년 6월 해병대에 입대한 나도 한동안 '나만 낙오된 게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게다가 월드컵 태극전사들이 병역면제라는 혜택을 입은 것에 비하면 이동국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동국은 입대를 택했고 또 변해야 다시 화려하게 살아날 수 있다. 상무의 K리그 참가로 '사회와 격리됐다'는 피해의식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다행이다. 이동국이 강인한 군인 정신으로 난관을 헤쳐나가며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우뚝 서기를 바랄 뿐이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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