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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전쟁]<5> "日 R&D메카" 쓰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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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전쟁]<5> "日 R&D메카" 쓰쿠바

입력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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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대역전을 꿈꾸고 있다. 산학연대와 연구개발(R&D)을 통해 제조업은 물론 '낙제생'으로 놀림 받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까지 세계 정상에 올려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부진한 금융개혁과 국가신용등급 하향, 산업공동화 등으로 잃어버린 10년의 악몽을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면서도 이제는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며 동북아 허브로 재부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일본 R&D의 메카인 이바라키(茨城)현의 쓰쿠바(筑波)연구학원도시는 도쿄(東京) 중심지에서 동북쪽으로 약 60㎞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정부 주도로 63년부터 건설된 쓰쿠바에는 화학 우주항공 물리학 생물학 반도체 미생물 등을 연구하는 46개의 국립연구소와 교육기관, 200여 개의 기업 연구소들이 들어서 있다. 이화학연구소, 일본 우주개발사업단,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 등 세계 어디에도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연구소들이 즐비하다. 85년 엑스포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R&D 중심지로 발돋움하며 '저팬 애즈 넘버원'(80년대 세계적인 일본 배우기 열풍을 촉발한 미국 하버드대 에즈라 보겔 교수의 책 이름)의 원동력이 됐다. 우리나라가 쓰쿠바를 벤치마킹해 대덕 연구단지를 조성할 정도였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과학연구를 고집하던 쓰쿠바에도 요즘 새 바람이 일고 있다. 키워드는 융합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연구소와 대학 기업이 뭉쳐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 동안 학교와 연구소는 기초과학 연구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대기업은 정보유출을 우려해 실용적인 산학연대를 피해왔다.

쓰쿠바대는 지난해 4월 산학공동연구센터를 개설했다. 벤처 인큐베이터다. 지금까지 쓰쿠바대에서 배출한 벤처기업은 13개사. 국·공립대학 가운데 도쿄대와 동률 1위다. 실리콘밸리 모델을 수용한 중국이나 대만의 산학연대 실적에 비하면 무의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벤처 사업가를 졸부로 얕잡아 보는 풍토 때문인지 쓰쿠바대의 이 같은 실적은 대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쓰쿠바대와 경제산업성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문부과학성의 물질·재료연구기구 등 3개 기관은 현재 '연구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1차 목표는 2004년까지 4억 2,000만 엔을 투입, 쓰쿠바시를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접할 수 있는 최첨단 IT도시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쓰쿠바의 산학협동 정신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발표한 국립대학개혁안은 대학이 기업으로부터 연구위탁을 받거나 연구 성과로 나오는 특허권수입 등의 수익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기업들도 지난해부터 R& D를 대폭 늘리며 경쟁사끼리 부쩍 손을 많이 잡고 있다. 지난해 9월 현재 일본 증권시장에 상장된 1,694개 기업의 R&D 투자총액은 10조2,796억 엔으로 전년보다 13.7% 늘어났다. 한국의 10대 R&D 투자기업의 전체 금액을 합쳐도 일본 1위(도요타자동차)는 물론 2위(마쓰시타)에도 못 미친다.(표 참조) 또한 80년대 후반 IBM과 대결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폈던 일본 반도체 업계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도시바 NEC 등 11개 업체를 중심으로 공동출자회사를 출범시키는 등 일본 업계의 뭉치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고민이 많다. 쓰쿠바의 성공에 고무돼 전국에 건설한 테크노폴리스들이 오이타(大分), 구마모토(熊本)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오쿠보 마사카즈(大久保昌一) 오사카대 교수는 "일본에는 소위 테크노폴리스라 불리는 것이 100개 이상 있다"며 "테크노폴리스들은 거의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했다. 혁신적인 기술을 창출하고, 그것을 상업화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규슈(九州)의 후쿠오카(福岡)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일랜드시티는 쓰쿠바를 이을 차세대 R&D 허브로 주목 받고 있다. 아일랜드시티는 후쿠오카시 하카타(博多)만의 간척지 400만평에 건설중인 복합단지로 2004년부터 일부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해 2014년께 완공될 예정이다. 후쿠오카시는 아시아의 새로운 R&D와 비즈니스 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아일랜드시티에는 3대 특구가 들어선다. 아시아·국제 비즈니스 특구엔 아시아에서 사업을 하려는 각국 기업과 일본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을 위한 지원시설이 마련되고, 의료복지 특구엔 의료기관을 비롯해 생명공학을 위한 산학협동연구 공간이 마련된다. IT특구엔 고속·대용량 정보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IT산업단지가 조성된다.

그러나 간척지에 세워진 간사이(關西)공항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항이란 혹평을 받으며 개항한지 10년이 되도록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아일랜드시티의 미래도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본 정부가 뒤늦게 IT 붐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전세계가 IT로 먹고 살던 90년대를 일본은 허송세월로 보냈기 때문이다. IT산업을 홀대하는 바람에 세계 최강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물론 한국에게도 뒤졌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01년 정부 산하에 별도로 IT전략본부를 두고 'e-Japan 2002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2005년까지 4,000만 가구에 고속정보망을 깔고, 교육정보화와 인재육성, 전자정부 실현 등을 통해 IT 선진국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공계 대학의 역량 강화다. 30개의 대학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톱 30' 프로젝트에 182억 엔이 배정됐다. 또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한 벤처기업 육성에 71억 엔을 배정하는 등 산학협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일본은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원천기술에 강한데다 차세대 인터넷 통신규약으로 꼽히는 IPv6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하고 있고 광(光)유리섬유망도 잘 갖추고 있다"며 "일본이 IT에서 활로를 찾아 동북아의 허브로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쓰쿠바=신윤석특파원·김경철기자

동북아 허브전쟁에 뛰어든 국가들은 하나같이 인재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키우고 확보해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국가가 주도국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보기술(IT)업계는 최근 핵심인력을 대학강단으로 보내기로 했다. 알토란 같은 인력을 퇴사까지 시켜가며 대학에 파견하는 모험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NEC, 히타치, 후지쓰 등 15개 업체는 홋카이도(北海道)대와 제휴를 맺고 4월부터 3년간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파견하기로 했다. 또한 졸업생을 채용할 때 경매방식을 도입, 15개 업체가 연봉과 조건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입맛에 맞는 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IT 후진국이라는 자괴감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IT 분야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최근 IT 고급인력 5만 명 육성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일본의 정보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56만명에 달하지만, 고도의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는 인력은 1%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고급인력 5만명을 양성해 비율을 10%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인재양성에 주력하는 일본과 달리 중국은 해외에 나가 있는 인재를 불러오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1년 이례적으로 유학생의 귀국을 독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학생들의 귀국이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자 애국심에 호소한 것이다. 국무원의 인사부와 교육부, 과학기술부, 공안부, 재정부 연합으로 성명까지 냈다. 귀국을 촉진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는 성명에서 재산의 해외 반출 허용, 지적재산권 보호, 자유로운 출입국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또 올해 2월에는 외국인 거주자 46명에게 최장 5년간 중국 거주를 허용하는 거류증을 처음으로 발급했다. 기존의 거류증은 한도가 최장 1년에 불과해 6개월∼1년마다 재발급 수속을 받아야 했다. 발급처인 공안국 관계자는 "해외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올해 말까지 미국 영주권자들에게 발급하는 '그린카드' 같은 영구 거류증을 발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T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싱가포르는 지난해부터 싱가포르 대학의 인재 500여명을 중국과 인도로 보내 이들을 지역 전문가로 양성하는 '아시아 비즈니스 펠로십'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매년 100여명을 중국과 인도의 명문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입학시키고, 졸업 후 현지 일류 기업에서 2년 동안 업무를 익히도록 할 계획이다. 양국의 장단점을 잘 아는 인재를 양성해 중국과 인도의 도전을 뿌리치겠다는 것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이다. 싱가포르는 이미 수 년 전 이민규제를 대폭 완화, 기업이 원하는 우수인력은 50달러의 수속비만 내면 2주일 안에 고용비자가 나온다.

/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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