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의 한 획, 한 획에 담긴 독특한 미학과 기(氣)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세계적인 대만 무용단 '클라우드 게이트 댄스 시어터'의 예술감독 린 화이민(林懷民·56·사진)이 3월 7,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서예 춤'을 선보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2001년 대만에서 초연된 '서예 춤'은 글씨를 춤으로 표현하는 린 감독의 독창적인 작품으로 제목인 '행초(行草)'는 서예의 행서와 초서를 가리킨다.
린 감독은 1973년 무용단을 창단한 후 동양의 신화, 민속 등을 소재로한 현대무용을 잇달아 발표, 세계적 안무가로 이름을 얻었다. 2000년 독일 무용잡지 '발레 인터내셔널'에서는 지리 킬리안, 피나 바우쉬, 윌리엄 포사이드, 머스 커닝햄 등 대가들과 함께 20세기의 대표적 안무가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서예는 전설의 새가 춤추는 것이라는 중국 속담이 있는데 여기에 도전하고 싶었다"며 "서예 춤은 동서양의 무용을 모두 섭렵해 20여년 공들인 끝에 찾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무용단 이름인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도 문헌상으로만 전해지고 있는 전설적인 춤 '운문(雲門)'을 뜻한다.
서예 춤의 특징은 대형 서예작품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이 흰색으로 칠해진 무대 위에서 글씨를 쓰듯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그는 "무용수들의 동작이 특정 글자를 써가는 동안 그 안에 숨은 에너지와 기를 표현한다"며 "그러나 전체적으로 특별한 줄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쿵푸, 가라테, 태극권 등 무술동작을 차용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한 "1974년 한국에 와서 무형문화재 한영숙씨 등으로부터 살풀이 태평무 승무 등을 배운 게 큰 도움이 됐다"며 "동양적 바탕 속에서도 보편적 감성에 호소함으로써 서양인들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 한때 소설가로도 활동했던 그는 자신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모은 자금으로 이 무용단을 창단했고 83년에는 타이베이(臺北)대학 예술부에 무용과를 만들기도 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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