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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盧대통령에게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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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盧대통령에게 바라는 것

입력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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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월드컵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는 슬로건을 내걸며 한반도를 감동의 물결로 일렁이게 했던 주역은 젊은이였다. 젊은 세대의 세상이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젊음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눈부시다. 젊음을 부러워하는 세대인 나는 젊음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다.그럼에도 나는 당시 젊은이들의 물결을 일회적이고 미숙한 것으로 바라 보았다. 그들의 함성을 알아듣기 어려운 중얼거림 정도로 생각했다. 세상이 패기만으로 헤쳐나갈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한 세대의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당찬 결의와 꿈을 갖고 세상을 바꾸었다. 월드컵 경기장을 흔들던 붉은 물결은 눈부셨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즐겁다. 자기만을 위해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젊은이들이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우리 선수의 실수에 야유를 하지 않고 "괜찮아"를 외치던 붉은 악마의 넓은 마음을 보았다.

그들이 앞장서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다. 나는 이제 애정어린 시선으로 젊은이들을 바라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세상을 나은 방향으로 바꾸었으니까.

하지만 세상은 어린이도 있고 젊은이도 있으며 나이든 세대도 있다. 그리고 나이든 세대에게는 젊은이들이 갖지 못한 경험과 지혜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노 대통령은 젊다. 나는 그 젊음을 믿는다. 그렇지만 젊음과 더불어 원숙함을 갖기를 기대해본다.

중국 난징(南京)에 가면 중국과 대만이 이념 대립을 떠나 함께 추앙하는 중국 지도자 쑨원(孫文) 선생의 시신을 안치한 중산능이 있다. 중산능의 입구에는 천하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라는 의미의 '천하위공'(天下爲公)이란 글자가 쓰여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정기적으로 이 곳에 들러 "무릇 지도자는 자기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쑨원의 어록을 되새긴다고 한다.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지도자가 갖춰야 할 품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고상한 성품을 갖추고 있고 격정을 억누를 수 있어야 한다. 철학과 친숙하고 일을 엄격하게 처리하며 가족과 진리와 정의를 사랑해야 한다. 먼 앞 날을 예견하여 아주 작은 일에 대해서도 조용히 준비하고 재정을 능숙하게 관리하며 자신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

평범한 말속에 진리가 있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은 패기와 원숙함의 조화이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등장한 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김국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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