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초대 내각의 면면이 공개되면서 경제부처 관료들의 얼굴에는 희색이 감돌았다. 신정부가 관료들을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동반자'로 삼았다는 안도감 때문일 것이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다짐은 관료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노 대통령은 "모든 행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총리와 장관에게 맡기겠다. 청와대 수석이 시어머니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장관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2년 이상 임기를 보장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대통령의 약속이 초장부터 공염불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경기둔화가 지속되면서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자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해 온 새 경제팀의 첫 번째 작품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조세형평이 후퇴해서는 안되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관료들은 잔뜩 긴장하며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당초 3월말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법인세율 인하방침을 밝힌다는 계획이었으나,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상황이 돌변했다.
재정경제부의 한 간부는 "관료조직의 특성상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정책의 내용과 우선순위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에 휩싸인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내린 것도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16년간 국내에 살면서도 주민등록을 하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아들의 병역을 면제 받았다는 정황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의 1등 공신은 '원리원칙에 충실하며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그의 이미지일 것이다. 국민들은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대우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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