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정부 부처와 대기업, 언론사, 종교계에 걸쳐 본연의 보안 업무와는 무관한 정보까지 수집해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정원의 정부 부처와 언론사 출입제도가 필요한지를 파악해보라"고 지시한 것은 국정원 개혁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은 2차장 산하 대공정책실의 정치·경제·사회·언론단을 통해 각 분야별로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 부처는 물론 주요 대기업과 언론사 종교계까지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원래 목적은 국가 및 사회 안전과 관련된 보안정보 수집 차원이지만, 실제로는 보안 정보와는 무관하게 개인의 성향 등 사생활 정보와 비위까지도 정보수집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 국정원이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광범위한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신문·방송사를 담당하는 언론단의 경우 분석팀을 포함, 70∼80여명 가량이 활동하고 있다. 각 언론사별로 1, 2명씩의 담당자를 두고 각 회사의 기사 논조를 분석하고 심지어 비판적인 기사가 나올 경우 기사 생산 배경까지 탐문해 왔다. 뿐만 아니라 편집국 간부 및 경영진의 성향과 언론사 경영과 관련된 동향 등도 파악 대상이다.
특히 권력층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기사가 가판에 실릴 경우 은밀한 압력성 항의를 해 기사를 바꾸거나 수준을 완화시키는 일을 해온 것도 언론단의 몫이다. 언론단은 업무 편의를 위해 서울 광화문에 별도의 사무실까지 운영하고 있다.
경제 전반의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일을 맡고 있는 경제단은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재계는 물론 경제 부처에까지 영향력을 미쳐왔다. 이 때문에 경제단장을 비롯한 경제단 요원들은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 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 사건마다 연루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밖에 검찰 법원 등을 포함, 정당 및 정치인과 관련된 정보는 정치단, 노동계 종교계와 사회부처는 사회단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위해 분석팀을 포함, 500여명 가량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정보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던 김은성(金銀聖) 국정원 전 2차장 등이 정치·경제 정보를 빼돌려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최고위원 등에게 사적으로 보고를 했던 것이나 국정원 내부자들이 대선 과정에서 정치권에 줄서기를 했던 것도 이 같은 정보 수집 기능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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