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글·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김경연 옮김 풀빛 발행·전2권 각 7,500원·6세 이상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1883년 작품인 '피노키오'는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동화의 명작이다. 책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고 영화와 아동극, 만화영화와 클레이 애니메이션 등으로 이미 다종 다양하게 소개됐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우연히 얻은 이상한 나무토막으로 인형을 만들고, 그 나무 인형이 말을 해 할아버지의 아들이 되면서 벌이는 크고 작은 실수와 모험이 줄거리다. 피노키오가 거짓말할 때마다 코가 커지게 하는 벌을 주는 요정의 감시와 할아버지의 사랑 때문에 결국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된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동화이다.
뇌스틀링거의 책 역시 큰 줄거리는 콜로디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콜로디가 아이들에게 올바른 판단과 행동의 전범을 보여주고, 잘못했을 경우 겪을 고통의 예를 제시하는 훈계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어 갔다면 뇌스틀링거는 아이들의 눈높이로 사건을 풀어나간다.
콜로디의 피노키오는 게으르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남의 꼬임에 쉽게 넘어 가는 아이다. 아버지나 친구들, 요정이나 동물 사이에서 피노키오는 철없기 그지 없고 때로는 악하게도 보인다.
하지만 뇌스틀링거의 피노키오는 그렇지 않다.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곤경에 빠지기도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또래 아이들이 느끼고 저지를 수 있는 흔한 일로 해석한다. 거짓말을 했을 때도 피노키오에게 무언가 이유가 있다는 점을 좀더 강조하는 식이다.
요정 역시 콜로디는 피노키오를 훈계하는 존재로 그렸지만 뇌스틀링거는 피노키오가 저지른 행동의 이유를 알아 듣고 자신의 장난을 미안해 하는 식으로 그리고 있다. 거짓말이 나쁘기는 해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때 나무람으로 상처 받을 아이의 마음까지 배려했기 때문이다.
번역된 글은 구연 동화를 연상시킨다. '버찌 할아버지는 마침 낡은 탁자가 흔들거려 다리를 새로 달려던 참이었단다. 그래서 나무토막 껍질을 벗기려고 도끼를 집어 들어 내려치려고 했지, 그때였어.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아주 겁먹은 목소리였어.' 독일 아동문학 전공으로 국내에서 첫 아동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경연씨의 번역 솜씨와 감각이 돋보인다. 하지만 본문 종이를 고급 '스노 화이트'지로 쓴 것은 못마땅하다. 아이들 책 값에 허리 휘는 부모도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