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가 조기 공격쪽으로 선회하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긴장이 지속되면서 증시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5일 서울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560선으로 내려앉았고, 코스닥도 40선마저 무너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이날 주가폭락을 주도한 것은 개인의 투매성 매도였지만, 최근 주가 약세는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에서 비롯됐다. 외국인들은 최근 삼성전자·SK텔레콤·국민은행·포스코·현대차·LG화학 등 '빅6' 주식을 번갈아가며 내다 팔아 지수하락 폭을 키웠다. 시가총액 상위 우량 '빅6'에 대한 외국인 매도는 지수 추가 하락 우려를 낳고, 기관과 개인들의 저가 매수마저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와 SK텔레콤·국민은행의 비중을 줄였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포스코·현대차·LG화학의 차익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고 포스코도 10만원이 붕괴되며 신저가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은 이들 빅6를 중심으로 2월 6,466억원을 순매도 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52억원 넘게 팔며 매도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량 종목에 대한 외국인 매도가 추세적인 '셀(Sell) 코리아'라기 보다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꾸준히 매입해온 이들 종목의 비중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과 올 3월 빅6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5.71% 감소했지만 SK텔레콤은 최근 외국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9.01% 늘어났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0%를 넘던 외국인 지분율이 올들어 68%대로 떨어졌지만 포스코는 여전히 62%를 넘고 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매도 규모가 커서 주가가 빠졌다기 보다는 이들의 비중 조절 수준의 매도조차 받아줄 만한 매수세가 없어 주가 낙폭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핵 문제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다 경기 회복세 지연 및 개별 기업의 수익전망치 하향도 빅6에 대한 외국인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휴대폰 성장세 둔화 등으로 올 수익 전망치가 낮춰지고 있고, SK텔레콤은 통신업에 대한 정부 규제 및 올 설비투자 규모와 관련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국민은행은 연체율 상승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환율과 유가, 내수 및 해외경기 동향, 국가위험도의 추이를 감안, 외국인들이 업종 대표주에 대한 탄력적인 비중 조절을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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