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 인선이 지연되면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교육단체 간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전교조를 비롯,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등 '진보' 성향 교육관련 단체들이 노무현 정부가 선별한 교육부총리 후보군에 대해 대대적인 '부적격론'을 펴면서 잇따라 낙마시키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보수' 성향 단체들은 '마녀 사냥'이라며 정면 반발하고있다.
정책이 아닌 '교육부 수장' 인선과 관련한 교육단체 간의 마찰은 전례가 없는 일로 양측 논리를 두루 충족시킬 수 있는 인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갈등의 폭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선을 둘러싼 논쟁 확산
논란의 징조는 지난 주 조각을 전후해 나타났다. 교육관련 20개 시민단체 모임인 교육개혁시민연대는 오명 아주대 총장이 교육부총리에 내정되자 "노 대통령의 교육개혁 색채와는 전혀 맞지 않는 구시대적 인물"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시민연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청와대 항의방문'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결국 오 총장을 낙마시켰다. 이어 대안으로 김우식 연세대 총장이 급부상한 3일에도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고 사회적 시비를 빚고있는 기여입학제를 추진한 장본인"이라며 역시 거세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번엔 오 총장 낙마때 침묵했던 교총과 대교협 등 보수 색채의 교육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교총 황석근 대변인은 4일 "자신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고 번번이 딴지를 거는 것은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교협 관계자도 "핵심은 과연 누가 교육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개혁의 잣대를 자신의 입맛대로 들이대는 것은 횡포이자 당사자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흥분했다.
인선, 조기에 매듭해야
교육전문가들은 교육부총리 인선이 교육단체 간 마찰로 변질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가 '교육개혁'쪽으로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인선 기준도 확정한 만큼 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임명했어야 하지만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부총리 임명을 둘러싼 진보 및 보수세력간 사회적 논쟁과 갈등이 점화된 상태에서 어떤 인물이 부총리가 되더라도 교육개혁을 원활히 수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많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교육 인재풀의 허약성과 함께 교육개혁의 방향이 부재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라며 "빠르고 정확한 인선 매듭을 통해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진동섭 교수는 "지금의 교육부총리 인선과정은 교육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던 처음 기준이 크게 약화한 반면, 누구를 앉힐 것인가에 무게를 둔 기능주의적 사고로 흐르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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