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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범박동 아파트 "폐광위 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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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범박동 아파트 "폐광위 누각"

입력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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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비리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경기 부천시 '범박동 재개발' 아파트가 30여년전 폐광된 갱도 위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관리 감독 기관인 부천시와 시행사인 기양건설산업, 시공사인 현대건설 등은 공사 초기 아파트부지 밑에 폐광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도 분양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형식적인 안전성 평가만 실시한 뒤 공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드러나 은폐 의혹을 사고 있다.은폐의혹

4일 기양건설산업과 현대건설 관계자 등에 따르면 폐광 갱도가 발견된 것은 공사 초창기인 2000년 6월께. 토목공사 도중 411동 아파트 예정지 근처에서 폐쇄돼 있던 폐광 입구가 터지면서 물이 솟아올랐다. 조사에 나선 시공사측은 부지지하에 폐광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으나 보강공사 등 적절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갱도 입구를 콘크리트 옹벽으로 막는 형식적인 조치만 한 뒤 공사를 강행했다.

부천시도 약 6개월 후인 2000년 12월에야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광업진흥공사에 안전성 진단을 의뢰했다. 광진공측은 2001년 3월 411동 1개동 아파트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1차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어 같은 해 6월에는 "지반이 단단하고, 갱도내의 높은 수압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 작성·평가과정 의문투성이

그러나 광진공 보고서 작성 과정에 갖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은 원래 1966년부터 1976년 폐광될 때까지 아연, 납 등을 채굴하던 소인광산이 위치했던 곳으로 총연장 2,036m의 갱도가 지하 50∼70m 깊이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당시 광부로 일했던 임모(58)씨는 "막장 5군데에서 다이너마이트로 매일 2차례 발파작업이 이뤄졌다"며 "폭 2m가 넘는 주 갱도에서 대규모 채굴 작업이 진행됐고, 이 갱도 위에 1, 2, 4단지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아파트의 안전 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다. 광진공 평가과정에 참여했던 한 자문위원은 "광진공측으로부터 갱도 위에 아파트가 아닌 광장이 들어선다는 보고만 받고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광진공의 1차 보고서 작성 때 자문위원들이 안전성에 대해 회의적인 판단을 내렸으나 3개월 뒤에 나온 2차 보고서에선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변경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토목공사에 관여했던 A씨는 "당시 갱도를 메우려면 최소 80억, 최대 수백억원까지 추가공사비가 들고 공사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돼 폐광 발견 사실을 쉬쉬했으며 안전하다는 진단을 받기 위해 광진공 간부들에게 대대적인 로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천병식 한양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화강암이라 지질이 안전한 편이긴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갱도를 자갈이나 석탄재로 완벽히 메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지반이 수압으로 견딘다고 하더라도 물이 빠져나갈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천시 건설교통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전성 평가 기간인 2000년 12월부터 2001년 3월까지는 공사가 중단됐었다"며 "지반에 문제가 없다는 광진공의 결과에 따라 공사 재개를 명령했다"고 해명했다.

입주를 앞두고 있는 주민들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부천시와 건설사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천 범박지역주택조합비대위 한상돈 부위원장은 "아파트의 완벽한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시공사 등을 상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부천=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 범박동 재개발 사업은

'부천 범박동 재개발 사업'은 경기 부천시 소사구 범박동 천부교 신도 집단거주지 10만여평에 25층짜리 아파트 58개동 5,464세대가 들어서는 대규모 사업으로 단일 브랜드(현대 홈타운)로는 최대 규모다.

공사비만도 1조원 정도에 달하는 등 워낙 큰 공사여서 시행사 및 시공사 선정과정에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1960년대부터 전국 각지의 천부교 신자 5,000여명이 모여 살던 이 지역에 낡은 무허가 주택들이 난립, 슬럼화하면서 1995년 재개발이 결정됐다. 그러나 재개발이 결정되면서 사업을 둘러싸고 각종 소송과 비리가 잇달았다. 이 부지를 소유한 시온재단과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는 신도들의 대립이 심화하면서 재단측이 시행사로 기양건설산업을 결정했고 신도들은 세경진흥을 내세워 양측간 마찰이 계속됐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로 두 회사는 부도가 났고, 99년 12월 기양이 세경측의 어음채무를 떠안는 조건으로 재개발 시행권을 따냈다.

기양은 2000년 4월 시공사로 현대건설을 낙점했으며, 같은 해 6월 착공에 들어가 올 6월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다. 시행사 선정 과정 등에서 검찰간부와 부천시청 공무원, 경찰이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거물급 정치인들이 이 사건에 관련됐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말 대선직전에는 기양 김병량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부인인 한인옥 여사에게 97년 대선 직전 10억원을 제공했다는 주장까지 흘러나와 정치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천=강철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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