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3일 독일 주둔 미군의 동구권 이전을 골자로 한 유럽 주둔 미군 전면 재배치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는 최근 주한 미군 감축 및 재배치 문제와도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미 국방부는 지난달 "미군의 21세기 구조 개편 노력의 일환으로 유럽과 한국 주둔 병력의 감축 및 재편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전 계획
제임스 존스 유럽 미군 총사령관 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최고사령관은 이날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미 유럽사령부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서유럽에 있는 미군 주둔 병력의 무게중심을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와 같은 동유럽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새 유럽 안보전략은 국가간 전쟁 뿐 아니라 개인이나 단체의 테러위협에도 대처할 수 있는 신속대응 능력 강화"라며 "이를 위해 내년 3월말 까지 19개 나토 동맹국과 7개 나토 가입 신청국을 모두 방문, 재배치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단계적으로 시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존스 사령관의 이날 발언은 최근 주독 미군 대폭 이전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잇따른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독일 일간 디벨트는 3일 "이라크전을 위해 걸프 지역에 파견된 주독미군이 전쟁 후 독일로 돌아오지 않을 예정으로 사실상 주독 미군 철수가 시작됐다"며 "병력 규모는 현재 8만에서 1만 명 수준까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헝가리와 불가리아의 언론들도 구체적인 지명까지 적시하며 "이라크전을 계기로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등지에 미군의 새 공군·육군 기지가 건설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보복?
이 같은 미국의 방침을 두고 독일 안팎에선 최근 이라크전을 둘러싼 독일의 반발에 대한 미국의 보복 조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존스 사령관은 이날 "미군 재편 계획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반사적 대응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독일 국방부도 "해외 미군 재배치 검토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며 정상적인 진행 과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이라크전을 목전에 둔 미국으로서는 국제적 지지가 절실한 시점에 나왔다는 점과 미군 및 군속과 가족 10만여 명이 철수할 경우 미군 기지 인근 지역의 경제적 타격이 뻔해 독일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부담을 느낄 것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망
미군은 병력 재배치의 배경으로 9·11 이후 변화한 안보환경과 재정적 고려를 들고 있다.
대규모 지상군을 소수정예화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동구권에서 기지를 운용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존스 사령관은 또 "해외주둔 미군은 앞으로 보다 유연하고 민첩한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며 재편의 모델로 '최소 규모와 높은 기동성'을 갖춘 일본 오키나와의 해병대 기지와 코소보의 본드스틸 기지 등을 들었다.
동구권 국가는 자국내 미군 유치를 내심 반기는 입장이다. 냉전시대와는 다른 의미에서 미국의 '안보우산'을 얻는 정치적 효과와 미군 주둔으로 파생되는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턱밑까지 치고 들어올 미군 주둔을 반길리 없는 러시아의 반발과 기존 서유럽 국가들의 대응에 따라 유럽의 미군주둔 재편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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