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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전쟁]<3>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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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전쟁]<3>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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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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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중국이 자석처럼 모든 것을 잡아당기면서 대만 기업들이 대륙으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대만엔 신주(新竹)가 있다." 대만 경제부 공업국의 궈진더(郭俊德) 산업정책조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산업공동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만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타이페이에서 남쪽으로 1시30분 정도 자동차를 달려 신주과학공업원구(新竹科學工業園區·이하 신주)에 도착했다. 구오 조장이 말한 그 '신주' 다.

서울 여의도의 2배 정도의 면적(180만평)에 300여 업체들이 옹기종기 들어선 테크노파크이지만 이곳에서 올린 반도체 매출은 대만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신주의 간판기업인 TSMC와 UMC는 세계 반도체 수탁가공(파운드리)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설계능력 면에서 대만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능력을 가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바로 신주인 것이다. 마우스, 스캐너, 랜 장비, 디스플레이도 세계 정상급이다. 대만의 신주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결이 뭘까? 신주 관리국의 루후안(陸媛) 부연구원은 "수많은 나라들이 실리콘밸리를 흉내냈지만 신주만큼 성공한 곳은 없다"며 "실리콘밸리의 문화까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성공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주의 성공요건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술과 인력은 물론 젊고 창의적이며 경쟁적인 벤처 정신까지 수입한 것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신주는 조성 단계에서부터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유학했던 장징귀(蔣經國) 행정원장이 국가 차원의 첨단과학산업단지 건설을 지시하면서 실리콘밸리처럼 연구개발 시설과 첨단산업을 한 곳에 모으고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대만 출신 과학기술자들을 적극 영입, 80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세계의 수많은 첨단산업단지 가운데 정부 주도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신주내 핵심 기술인력의 40%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근무조건과 주거환경에 마음이 이끌려 건너왔다고 한다. 이들은 인텔OB회, 스탠퍼드동창회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두뇌집단들과 여러 형태의 비공식 조직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 다른 강점은 유기적인 산학연대를 꼽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 스타일을 중국인 특유의 재물관과 결합해 더욱 활성화시킨 것이다. 공업기술연구원(ITRI)은 단지 인근의 칭화(淸華)대와 챠오통(交通)대 등 양대 국립대학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탠퍼드대의 역할에 비견된다. 공공연구기관인 ITRI는 기술과 연구설비를 기초과학보다는 응용기술 개발에 집결, 벤처기업들이 바로 사업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 등 많은 입주기업들이 ITRI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하던 팀이 사내 벤처를 거쳐 대성했다. 칭화대와 챠오통대가 인력을, ITRI가 연구개발을, 입주업체가 상품화를 담당하는 삼위일체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대만 정부는 산학연대를 촉진하기 위해 IRTI 예산의 절반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기업 등과의 서비스계약이나 기술판매를 통해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ITRI의 추샤오청(邱紹成) 기술이전 및 서비스센터 주임은 "신주는 한국의 대덕이나 일본의 쓰쿠바와 달리 조성 때부터 산학연대를 통해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며 "긴밀하고 실용적인 산학연대가 대덕이나 쓰쿠바보다 몇 년 늦게 시작했으면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주는 요즘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아시아를 강타를 했던 외환위기가 비켜 갈 정도로 단단했던 대만 경제가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에 생산시설의 중국 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까지 겹치면서 2001년 들어 경제성장률 -2.18%, 수출 -17.2%, 실업률 4.57%를 기록하는 등 불황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주는 정보기술(IT)산업의 거품붕괴라는 직격탄까지 맞아 2001년 312개 입주기업의 매출규모가 전년에 비해 34%나 격감했다.

대만정부는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2조쌍성(二兆雙星)산업' 육성정책을 수립, 반도체와 LCD 등 중국투자가 금지되어 있는 첨단기술 분야의 기업을 육성하고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걸기로 했다. 신주 입주업체들도 이에 맞추어 세계 3위의 TFT-LCD 업체인 AU 옵트로닉스가 향후 3년간 3억달러를 투입해 신주에 대규모 연구개발(R&D) 시설을 건립하는 등 정면승부로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경제부 투자업무처 데이비드 왕(王廷 ) 부처장은 "세계최대 컴퓨터 업체인 미국의 델과 독일의 대형 반도체 회사인 인피니온 테크놀로지가 R&D센터 건립을 검토하는 등 외국인 투자가 되살아 나고 있다"며 동북아의 R&D 허브 경쟁에서 승자는 신주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주=김경철기자 kckim@hk.co.kr

■ "비전 2018" 발간

정부가 동북아 경제중심국 건설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가 '세계최고의 허브' 국가로 발돋움하기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발표, 주목 받고 있다.

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향후 15년간의 경제 발전전략을 담은 '싱가포르 비전 2018'을 최근 발간했다.

'활력 넘치는 국제도시를 향한 새로운 도전, 새로운 목표'(New Challenges, Fresh Goals, Towards a Dynamic Global City)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1,000여명의 각계 전문가가 1년 동안 연구한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2018년까지 역내 허브의 위상을 강화하면서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를 촉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적인 허브국가 목표

이미 아시아의 허브로 인정 받고 있는 싱가포르는 거세게 도전해오고 있는 한국과 중국, 홍콩 등을 의식, 세계적인 허브국가로 발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인재와 기업의 혁신 등을 통해 미국 유럽연합(EU) 등 기존 세계 주요 경제권은 물론, 신흥시장인 중국 및 인도 등과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크게 강화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싱가포르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와 숙련된 기술, 전 세계 기업가들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들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남아를 넘어 인도 등과 연계

싱가포르가 세계적인 허브국가가 되기 위해 제시한 첫번째 전략은 ASEAN과의 경제통합을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비행거리 7시간 안에 있는 인도,동북아, 호주 등과 연계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무역기구(WTO)규범에 따른 국제무역 체제를 적극 지원하면서 주요 교역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늘려갈 것을 보고서는 제안했다.

이어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 및 개인 소득세율을 25%에서 20%로 내리고 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중앙적립기금(CFP) 납부금을 동결하는 한편고령 근로자 고용기업의 연금 분담률을 20%에서 16%로 완화할 것을 제시했다. 노동시장과 임금 시스템의 유연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방안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정부 규제 최소화해야

이와 함께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고 중소기업의 창업을 촉진하는 한편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기업들과 외국투자가들을 위한 자본시장의 육성도 주요 전략으로 제시됐다. 제조업 중 전자, 화학, 생의학, 공학 등 4개 주요 부문을 집중 육성·발전시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나노기술, 광산업 등 새로운 유망산업도 육성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교역, 물류, 금융, 여행 등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 장관급위원회를 설치할 것도 주문했다.

보고서는 지적재산권(IP)의 보호와 상업화를 적극 장려해 싱가포르가 아시아지역의 IP 관리센터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인적자원 확대를 위해 외국인재들의 싱가포르 이주를 장려하고 해외에서 활동중인 싱가포르 인재들과의 유대관계를 지속할 필요성이 부각됐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 중 서비스무역 및 인력양성 중시 등은 동북아 허브를 위해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 고 분석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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