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간 쉬었다 다시 합시다." 4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정부의 첫 국무회의는 오전 9시부터 낮 12시 5분까지 계속됐다. 회담결과를 브리핑한 신중식(申仲植) 국정홍보처장에 따르면 3시간이 넘는 국무회의는 사상 최장기록이다. 회의 2시간 만에 고건(高建) 총리가 제안한 중간 휴식도 처음 있는 일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이날 회의는 안건마다 장관들의 질문과 의견개진이 잇따르는 등 열띤 분위기 속에서 계속됐다.이날 회의에도 노타이로 참석한 이창동(李滄東) 문화부 장관은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와 관련, 열변을 토해 눈길을 끌었다. 대구 출신인 이 장관은 "지금 대구는 80년의 광주처럼 거의 공황상태에 빠져있다"며 "대구 시민의 분노는 대선 후 허탈감과 연결돼 심상치 않으니 구조나 대책차원이 아니라 정치적·종합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이 장관이 대구 시민 사기진작 등의 종합대책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해 이 장관은 즉석에서 대구 참사 대책회의 위원으로 선정했다. 이밖에도 대구 참사와 관련해 건교·환경·복지·정통부 장관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여러 의견을 내놓으며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또 경기부양 문제와 관련,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는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환경과 수도권 규제를 정비·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완화를 제안했다. 박봉흠(朴奉欽) 기획예산처장관도 "현재 집행이 안된 1/4분기 예산을 빨리 집행하고 하반기 예산 역시 조기집행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법인세 인하 등 이와 관련한 의견이 쏟아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활동 촉진을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한 곳은 부처별로 의견을 내도록 하라"면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규제를 푼다는 인상은 좋지 않으니 그런 단어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한하기도 했다.
한편 지금까지 국무위원이 아닌데도 회의 테이블에 앉았던 대통령 비서실장, 공정거래위원장, 국무조정실장, 국정홍보처장 등은 따로 마련한 배석 테이블에 앉도록 했다. 또 장관급 자치단체장으로서 관행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도 이날부터 '법대로' 회의에 초대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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