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재무(45·사진)씨가 첫 산문집 '생의 변방에서'(화남 발행)를 냈다. 나고 자란 충남 부여 산촌마을에서 함께 숨쉰 자연이 곳곳에 담겼다. 투명한 바가지 속 맑은 물에 뜬 성질 급한 초저녁 달, 싸리 울타리를 쓰러뜨리며 떼지어 달려 나오는 풀벌레 울음, 남의 집 담장에 가까스로 기어올라 더운 숨을 몰아 쉬는 앳된 애호박, 연애질로 분주한 사흘을 보낸 누렁이….그는 20대에 처음 시를 썼다. 위안과 절망도 배웠다. '민중교육'지에 르포를 발표했다는 이유로 교사의 꿈은 좌절됐다. 동가식서가숙(東家食書家宿)으로 지내다가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 간사로 일하게 됐다. 6월 항쟁, 문민정부, 정권교체. 58년 개띠는 그렇게 30대를 보내고 40대로 접어들었다.
그의 시간은 그의 시 세계다. 자연은 슬픔도 함께 가르쳤다. 가문 날의 맨발, 아픈 냇가의 자갈, 강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의 적막, 바람부는 날의 나뭇가지의 흐느낌. 자연과 어울려 자란 유년의 기억이 세 권의 시집을 절였다. 네 번째 시집에는 도회지 생활의 상처의 무늬가 담겼다.
그런 시인이 우리 시단을 향해 던지는 비판은 아프다. 덤핑으로 팔리는 저질 불량상품, 장사 끝물 좌판에 놓인 떨이처럼 싸구려 취급을 받는 시의 현실. 시인은 고급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시를 써야 한다고 호소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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