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투기 4대가 2일 오전 10시 48분(한국시간) 동해 공해상을 비행 중이던 미군 정찰기에 근접, 한때 위기상황이 조성됐다고 미 국방부가 3일 밝혔다.북한의 전투기들이 미군 정찰기를 따라붙는 사건은 1969년 8월 미군 EC-121 정찰기가 동해상에서 북한 전투기에 격추돼 31명이 숨진 이래 34년 만에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의 북한 미그기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미사일 발사 시험 등과 겹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2일 오전 북한 해안에서 약 240㎞ 떨어진 동해상에서 미그 29기와 미그 23기 각 2대로 추정되는 북한 전투기들이 약 22분간 미 공군 정찰기 RC-135S 1대를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뒤 떨어져 나갔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미군 정찰기는 당시 통상적인 정찰비행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며 "북한 전투기들이 미군 정찰기에 최소 15m까지 근접했으며 120m 범위 내에서 4발 엔진을 가진 RC-135S와 같은 고도로 비행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특별히 적대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았으나 북한 전투기 한 대는 화기지원 레이더를 조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화기지원 레이더 조준은 공대공 미사일 발사준비 동작일 수 있으나 실제로 사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방부측은 그러나 나중에 "당시 상황에 대한 테이프를 정밀 분석할 때까지는 그런 평가를 유보한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미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대치하는 동안 미 정찰기와 북한 전투기 사이에 교신은 없었다"며 "북한 조종사 중 한 명이 비행지역을 떠나도록 손짓했다는 정찰기 조종사들의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리는 "북한 조종사들은 당시 지상 통제소와 무선 교신을 하고 있었다"며 "그들은 미 조종사들에게 북한쪽으로 비행하도록 손짓했지만 미 조종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비행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미 정찰기는 사건 후 즉각 임무수행을 중단한 채 일본의 가데나 공군기지로 귀환했으며, 정찰기 보호를 위해 다른 미군 전투기가 출격하지는 않았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코브라 볼(Cobra Ball)로도 불리는 RC-135S 정찰기는 C-135 화물기를 정찰 목적에 맞게 개조한 기종이다. 이번 사건은 2001년 4월 중국 전투기 1대가 미국의 EP-3 정찰기와 공해상에서 충돌한 사건을 연상시켜 향후 북한과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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