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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라비 상카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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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라비 상카의 딸

입력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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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전통 현악기 시타르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시름이 절로 추스러진다. 나무로 된 몸통에 5줄의 멜로디 현(炫)과 5∼6줄의 저음현으로 돼 있는 이 악기는 오른손 검지에 철사로 만든 핀을 끼고 뜯으며 연주한다. 시타르의 거장(巨匠)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라비 상카(Ravi Shankar). 그는 시타르의 대가일 뿐 아니라 인도의 민속음악을 세계에 알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일세를 풍미했던 비틀스 그룹의 멤버인 조지 헤리슨이 음악적 영감을 얻고자 그를 사사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상카는 시타르와 오케스트라와의 접목도 시도했다. 그가 작곡한 '2개의 시타르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앙드레 프레빈 지휘로 런던 교향악단에 의해, 주빈 메타 지휘로 뉴욕 필하모닉에 의해 연주되기도 했다. 인도의 성인 마하트마 간디의 일생을 그린 영화의 배경음악을 시타르로 연주,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의 음악에는 영원을 추구하는 인도정신이 담겨있다.■ 올해 그래미상에서 5개 부문을 휩쓸며 미국 가요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재즈 싱어 노라 존스((Norah Jones)가 바로 상카의 딸이라고 한다. 부전여전(父傳女傳)도 보통이 아니다. 존스는 상카와 전직 공연기획자인 어머니 수 존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낳기도 전에 부모가 헤어져 버리는 바람에 미혼모인 어머니의 성을 물려받았다. 미국 언론들은 "존스가 혈통을 증명해 보였다"고 평했고, 아버지 상카는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그 애가 음악적 소질이 있다는 것을 3살 때 알았다"고 말했다.

■ 존스는 뉴욕의 서민거주지인 브루클린에서 월세 1,400달러(한화 160만원)의 방 2개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해서 또 다른 화제를 모았다. 전세계에서 600만장이 팔린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인기 여가수의 인생역전이 새삼 화제가 된 것이다. 그나마 1년반 전에는 월세 500달러 짜리 아파트에서 살았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맨해튼의 칵테일 바에서 피아노를 치고 재즈를 불러 생활을 해결해야만 했다. 미모에 매혹의 허스키인 그는 "유명해지기 위해 재즈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감격해 했다.

■ 존스의 배 다른 여동생인 야누쉬카 상카도 역시 음악인이다. 야누쉬카 상카는 아버지로부터 직접 배워 시타르 연주가가 됐다. 그는 벌써 "인도음악의 대를 이어갈 기대주"라는 평을 받고 있다. 미혼모와의 딸은 세계적 재즈 가수가 됐고, 또 다른 딸은 시타르의 후계자가 됐다. 라비 상카는 2세를 통해서도 음악의 동서를 초월한 셈이다. 그는 음악이야 말로 국경이 없는 세계의 공동 언어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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