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 산하기관으로 돼있는 일본의 99개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가 독립법인으로 바뀌어 자율과 경쟁원리를 도입한 대개혁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지난달 28일 각료회의에서 결정된 국립대학법인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 확실해 지금까지 문부과학성의 지시에 따른 '호송선단'식 국립대 운영은 내년 신학기부터 완전히 달라진다. 이는 "국가가 양질의 대학교육을 저렴한 가격으로 균등하게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과거 국립대학의 기능이 교육기회가 다양해지고 사립대학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사회변화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사회적 논의의 결과다.늘어나는 자율운영
독립법인이 된 국립대는 우선 교육·연구·인사 등 학교 경영 전반에 대해 총·학장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
중요 사항은 학교외 인사를 포함하는 이사회가 의사결정 기관이 되고 대신에 총·학장에게는 이사 해임권이 있다.
이처럼 강화된 총·학장의 권한으로 각 대학은 민간기업으로부터 연구위탁을 받거나 연구 성과로 나오는 특허권수입 등의 수익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부속병원의 수입, 장기차입금의 사용처 제한도 사라지고 독자 학교채 발행도 허용된다. 산학협동을 통한 연구활성화를 최대한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문과와 이과를 따지지 않고 일률 49만6,800엔(2003년도 기준)인 국립대 연간수업료도 문부과학성이 정한 범위 내에서 학교별로 자유롭게 책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모두 3만6,000여명에 이르는 국립대 사무직원의 신분도 공무원에서 법인 직원으로 바뀌고 총·학장이 임명권자가 된다.
문부과학성과의 인사교류는 당연히 대폭 줄어들게 되고 직급과 급여수준도 학교별로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경쟁과 평가
그렇다고 독립법인이 된 국립대가 완전히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6년간의 중기계획을 작성해 문부과학성에 제출해야 한다. 이 계획을 토대로 제3자 평가기관인 가칭 '국립대학평가위원회'가 교육·연구 상황을 평가해 대학별로 국가의 운영비교부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것이다.
2004년도에 일본 전국의 국립대에는 약 1조5,000억엔의 운영교부금이 국가에서 지급될 예정이고 여전히 각 대학 수입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재원이 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이 운영교부금의 차등 지급을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교육·연구의 질 향상 노력을 강제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국립대 독립법인화의 성패는 결국 평가위원회의 구성 방식과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방식의 개발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한국의 수능시험과 비슷한 '대학입시센터 시험'을 대부분 이용하고 있는 일본의 국립대들 중 상당수가 독립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독자 입시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아 입시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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