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순응하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녹색대학이라는 배에 함께 탔을 뿐 입니다."4일 경남 함양군 백전면 지리산 자락에 문을 여는국내 첫 대안대학 '녹색대학'에 25년간 땀의 결정체인 자신의 농장 20만평을 대학부지로 내놓은 임영빈(任永彬·63)씨.
청춘을 바친 평생 삶터이자 전재산인 농장을 내놓은 임씨는 "더불어 사는 녹색공동체의 삶을 지향하는 큰배를 얻어 탄 데 불과하다"고 겸손해 했다.
경기 의정부가 고향으로 서울에서 체신공무원과 봇짐장수를 거쳐 1973년 부산에 내려와 통신공사업에 종사했던 임씨가 함양과 인연을 맺은 것은 78년. 친구들과 놀러 왔다가 산수가 빼어나 한 눈에 반해 지금의 농장부지를 제2의 고향으로 낙점했다.
할머니와 어머니, 아내와 함께 정착한 이 곳은 개발붐에 의정부의 고향 터전을 잃었던 임씨에게는 '약속의 땅'이었다. 그러나 농장과 농사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농사지어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게 무리라는 것을 환갑이 넘어서야 깨달았죠."
임씨는 무엇보다 물 좋고 공기 좋아 둥지를 튼 땅에 독한 농약을 뿌려대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디 든 무차별적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영농 현실 앞에서 홀로 친환경농법을 고집한다는 것이 무리임을 깨닫고 '동지'를 찾아 나섰다. 이 무렵 녹색대학 설립을 추진하는 이들과의 운명적 만남이 이루어졌고 이 대학 창립을 후원하는 녹창사의 일원이 됐다.
"수년전 아흔살을 넘은 풍수가가 내 농장터를 보고 '행주(行舟·배가 다니는 모습) 형상이어서 짐(사람과 건물)을 많이 실으면 배가 뜰 것'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배가 바로 녹색대학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임씨는 "풍수 조건은 인간적인 공동체, 대동사회를 지향하는 녹색대학의 건학이념과도 부합한다"면서 "지리산과 덕유산의 큰 지기(地氣)가 학생들에게 인간됨과 학문의 자양분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땅에는 '청미래 마을'이라는 생태마을이 조성된다. 우선 올해 안에 20여가구가 입주해 대학과 연계한 생태공동체라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마을에 입주하는 젊은이들을 도우면서 공동체의 촌장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임씨는 자연농법에 의한 약초를 키우는데 전력을 쏟을 생각이다.
녹색대학과의 만남으로 제2의 인생에 나선 그는 앞으로 녹색대학을 통해 유능한 환경운동 인재들이 배출되는 것을 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함양=이동렬기자dylee@hk.co.kr
● 녹색대학 환경운동에 앞장설 전문 엘리트를 키우고, 국민의 환경의식을 고취하자는 취지로 시민단체 인사들에 의해 설립됐다. 정부지원을 받지 않고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 만으로 운영된다. 총장은 장회익 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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