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에서 고유 브랜드로 성공했다는 사실이 더 기쁩니다."국내시장 점유율 30%, 세계 30여개국에 500만 달러 수출. 지난해 다목적 MP3 플레이어 '한소리'가 거둔 실적이다. 하지만 이 제품을 만드는 에이맥 정보통신의 하태정(43·사진) 사장은 실적보다 브랜드가 인정 받았다는 사실을 더 자랑스러워 했다. "지난 10년간의 성공과 좌절이 '한소리'라는 이름 속에 그대로 배어있다"는 것이 하 사장의 말이다.
1986년 삼성전관(현재 삼성SDI)에 입사하면서 정보통신(IT) 업계와 인연을 맺은 그는 7년 동안 평면 모니터 개발에 몰두했다. 공들여 개발한 제품이 세계 곳곳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하는 보람을 느꼈다.
92년도에 '내 것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떠나면서 고생이 시작됐다. 타고난 성실성과 전문지식을 밑천 삼아 조그만 전자제품 무역업체를 차렸지만 3년 만에 거래업체의 갑작스런 부도로 흑자 도산을 맞아야 했다.
오랜 와신상담끝에 하 사장은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98년 당시 막 부각되던 MP3 플레이어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한 것. 뜻이 맞는 후배들을 모아 에이맥정보통신을 설립하고, '한소리' MP3플레이어의 첫 모델을 내놓았다.
하지만 또 다시 실패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디자인에 제대로 신경쓰지 못한 탓이었다.
7억원의 손실을 떠안고 '딱 한번만 더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마침내 99년도에 다시 내놓은 제품이 히트를 치면서 그동안의 실패를 날려버릴 '인생역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인터넷을 통해 작고 기능이 뛰어난 MP3플레이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
"아직 수출은 생각치도 못할 무렵, 누구나 알만한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 업체가 찾아와 100만 달러 어치를 달라더군요. 소문이 인터넷을 타고 미국까지 간 거죠."
한소리의 성공으로 하 사장은 지난달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이달의 중소기업인'으로 뽑혔다. 그는 "성공과 실패는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는 것"이라며 "결코 좌절하지 않는 자세가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