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는 잘 주나요?" "리포트는 많나요?" 2003학년도 1학기 개강을 맞아 각 대학의 홈페이지는 수강 신청한 과목 정보를 얻기 위한 학생들의 글로 가득 차 있다. 어려운 과목을 피하고 학점을 손쉽게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찾기 위한 치열한 첩보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S대에 다니고 있는 한 학생(ID 체리향기)은 학교 홈페이지에 "과목이 어렵다는 소문이 있어 지금 고민 중"이라며 "'영미 희곡의 이해'라는 과목을 들으려고 하는데 학점은 잘 주느냐"며 재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정보를 요구했다. 같은 대학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여학생(ID 초록호수)은 "마케팅 원론 재수강을 하려고 한다"며 "학점을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조언을 부탁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수강신청을 마친 숙명여대 김모(22·국어국문학 3)씨는 "비록 전공이 국문학이지만 국어문법은 너무나 어려워 하기 싫었다"며 "어려운 시험보다는 한 달에 한번 정도 퀴즈를 통해 시험을 보는 과목을 선택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씨는 또 "교양과목 같은 경우는 실제로 강의내용의 질적 수준보다는 점수를 얼마나 잘 주느냐가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라며 "이번 학기에도 수강신청 정정기간에 많은 학생들이 점수를 잘 주는 과목으로 이동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숙명여대 이영욱(李永旭) 학사지원단 팀장은 "과목 선택은 학생들의 고유한 자유권한으로 신중한 선택이 있어야 하겠지만 학점만 잘 받는데 만 관심을 갖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보다는 어렵더라도 인생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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